대치동 학원가 마스크 쓴 학생·강사 수업 줄 이어
아이 뒤쳐질라 학부모 걱정에 정부 권고에도 휴강 안해
학교 개학연기에도 학원가로 모이면 감염 차단 효과 반감

"성적 하락이 더 걱정" 코로나 확산에도 학원가 북적북적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서울 강남의 한 대형 수학학원. 40여명의 학생이 다닥다닥 붙어 수업을 듣고 있다. 강사를 포함해 학생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걱정해 학원에 나오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학원 측은 전했다.


또다른 강의실, 10여명 남짓한 학생들이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이 곳도 풍경은 비슷했다.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학생수는 줄지 않았다.

지난 21일 오후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임현덕(14) 군은 하루에 학원 3~4곳, 일주일에 8곳을 다닌다고 했다. 임군은 "보통 10~15명이 수업을 같이 듣는다"며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은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들긴 하지만, 아직 대치동 인근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학원을 빠질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군은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영어학원에서 공부한 다음, 바로 수학학원으로 이동했다.


대치동 인근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몇 군데 더 가봤다. 카페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는 확연히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태블릿이나 책, 공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올해 고3이 된 김승호군은 "자가격리가 되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니 몸조심하라는 당부를 학원 선생님들이 하곤 한다"고 전했다.

정은후(13)군과 조성민(13) 군도 "학원 부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학원 갈 때 항상 조심하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이연우 양은 "방학 동안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학원이 쉬게 되면 고향도 아닌 곳에서 혼자 공부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최석훈(17) 군은 "학원이 휴강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며 "부모님이 말한 것처럼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닐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쉴 생각이 없는' 학원의 '배짱'은 학원ㆍ학부모ㆍ학생이 서로 눈치를 보며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이다. 걱정은 되지만 '나(우리 아이)만 빠질 순 없지 않나' 하는 심리다. 목동에 거주하는 예비 중3 학부모 A씨는 "특목고를 목표로 고등학교 수학까지 진도를 빼야 하는 시점인데 학원에선 수업 중단할 계획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그렇다고 내 아이만 결석을 시키자니 다른 친구들한테 뒤쳐질새라 아이 스스로가 거부한다"고 토로했다. 내심 학원이 '수업 중단'을 결단해주길 바라지만 A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에게 마스크, 영양제 등 잘 챙겨주고 몸조심하라는 당부 정도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학원 업계 스스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열려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운영 중인 다원교육 관계자는 "입시 설명회 등 행사는 일부 취소하고 있다"며 "다만 학원 수업을 휴강하는 등 조처는 내부에서 논의 중인 상태로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노량진의 박문각 고시학원 관계자도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대처를 고민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내용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AD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일주일 개학 연기라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이루어지는 학원 수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학교가 문들 닫는다 해도 아이들이 학원에 모이는 상황이 유지된다면 전파 가능성은 적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감염증은 폐쇄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접촉할수록 전염성이 높아지는 만큼, 현재와 같은 시기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방문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