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알못' 묻지마 투자…수천만원 입찰보증금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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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경매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묻지마 투자'로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낙찰자가 부담해야 할 선순위 전세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최소한의 권리분석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 회사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지역 경매 물건 조회수 상위 50개 중 9개가 낙찰자가 잔금을 치르지 않아 재매각된 물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동구 천호동 천호e-편한세상 114㎥(이하 전용면적)는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최저매각가격 2억5133만원에 재매각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 수차례 유찰돼 2018년 당시 감정가 7억6700만원의 33%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 물건은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한차례 낙찰된 바 있다. 당시 낙찰가격은 2억6100만원(낙찰가율 34%)이었다. 하지만 이 낙찰자는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낙찰을 포기해 입찰보증금(최저입찰가의 10%) 2500만원만 날렸다. 낙찰 후에야 인수해야 할 선순위 전세금 5억7000만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경매에서 선순위 전세권자가 법원에 배당신청을 하지 않으면 매수인이 그 전세금을 인수해야 한다. 전세권자가 배당신청을 했다면 매수인이 낸 낙찰금액에서 전세금을 받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세금 반환 책임이 매수인에게 간다는 의미다.


위 사례에서 낙찰자가 2억6100만원에 물건을 인수해도 물어줘야 할 전세금까지 고려하면 총 금액이 8억3000만원에 달해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한차례 낙찰에도 이 물건이 재매각중인 이유다. 재매각이 진행되면 매수인은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입찰에 참여할 수도 없게 된다. 지지옥션은 "선순위 전세금 인수에 대한 권리분석 착오로 대금을 미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수는 통상 전세권자의 보증금액을 알기 어려운 주택 경매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등기부등본을 통해 선순위 전세권자의 유무는 알아도 보증금까지 확인하긴 힘들다"며 "아파트의 경우 비슷한 물건이 많아 비교적 수월하지만 유형이 천차만별인 다세대주택이나 일반 주택은 권리분석이 힘들다"고 했다.


최근 '깡통 전세'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는데 장애물이다. 겉으로 보기에 허름한 주택이어서 전세금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는 물건이어서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S 다세대주택 60㎡는 지난 2018년 12월 이후 무려 세차례나 낙찰됐지만 모두 대금미납으로 취소돼 여전히 경매가 진행 중이다. 이 물건 역시 사전에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낙찰을 받았다가 포기한 경우로 알려졌다. 세차례의 매각을 통해 날아간 입찰보증금만 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낙찰 후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포기하는 낙찰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매나 대출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경매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잦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낮아진 만큼 이같은 위험성은 더 커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로 경매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실패 사례도 느는 추세"며 "보다 철저한 경매 지식을 갖춘 뒤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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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매시장은 정부의 연속된 부동산 규제에도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 전국의 경매 진행건수는 1만1538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응찰자 수도 3.5명에서 4.2명으로 늘었다. 특히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6개월 연속 100%를 넘기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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