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위기인데…‘한국판 CES' 정부 눈치만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대규모 세금이 투입되는 이른바 '한국판 CES(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를 불과 2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각종 전시전ㆍ콘퍼런스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공지조차 없어서다. 자칫 정부가 공 들이는 행사에 먼저 불참 통보를 했다는 이유로 '눈엣가시'가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혁신산업대전에 참가를 신청했던 국내 기업들은 현재 부스 축소는 물론, 취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참가 신청은 지난 달로 마무리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까지 공지되지 않았다. 코엑스 전시 일정표에도 해당일자는 모두 비워져 있는 상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국이 신종 코로나로 비상인 상황에서 강행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고 보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던 1월 중순에 비해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진데다, 관람객이 몰리는 전시회 특성 상 바이러스 확산이 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1만명 남짓이 참석했던 작년보다 올해 행사 규모는 더 커졌다"며 "밀폐된 공간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상황에서 소독, 위생용품 배치, 의료진 대기 등만으론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다만 문제는 '한국판 CES'를 표방한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이 지난 해 대통령이 참석했을 정도로 정부가 공을 들이는 행사라는 점이다. 개최 열흘 전 기업에 통보하면서 졸속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전부터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다. 이달 행사가 신종 코로나로 취소될 경우 IT강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표 전시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정부의 꿈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참석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판 CES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며 "(정부가) 먼저 행사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기업에서 별도의 조처를 취하긴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기업으로선 어떠한 상황이든 참석 결정은 물론, 부스 규모까지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세계 3대 전시회로 꼽히는 미국 CES와 스페인 MWC 사이에 혁신산업대전까지 참석해야하는 기업들의 불만도 뒤섞인 상태다. 지난 해 1월 말 개최된 '한국판 CES'는 준비기간 부족으로 핵심 전시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논란으로 막 내렸다. 올해는 2월로 행사 시기를 늦췄으나 연초부터 글로벌 일정이 빼곡한 기업들로선 별다른 성과조차 기대하기 힘든 행사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과 기업들의 속내를 알면서도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주관기관들은 이번 주가 신종 코로나의 확산 또는 소강을 가늠짓는 분수령이라고 판단,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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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의견들도 듣고 있다"며 "이들의 의견까지 포함해서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빨리 결정할 순 없다"며 "(결정까지)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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