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대북 개별관광 구상, 신중하게 추진해야
새해 벽두 '독자적 남북관계' 발전의 화두를 제시한 문재인 정부는 작금 개별관광 실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개별관광의 형태로는 이산가족ㆍ사회단체 인사의 금강산ㆍ개성지역 관광, 한국인의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 외국인의 남북연계 관광 세 가지가 제시됐다. 이런 구상은 꽉 막힌 남북교류에 물꼬를 터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에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관광 논의는 비핵화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평화착시' 현상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북한에 대해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한미동맹 이완은 물론 대북 제재 국제공조 전선을 급격히 허무는 단초가 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 모두 북한이 바라는 것으로 우리의 체제 안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량 현금(bulk cash) 이전을 수반하지 않는 개별관광은 그 자체로는 유엔(UN)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 11건의 대북 제재 결의는 개별관광을 직접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는 모든 산업용 기계류와 금속류의 북한 공급과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관광객이 휴대하고 방북할 때 소지하는 물품(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 등)이 제재 위반을 구성한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 관광 경비의 대북 송금에 국내은행이 관여하면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은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2011년 3월 이후 방북 이력이 있는 한국인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통보해 온 바 있다. ESTA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한 38개 나라 국민에게 관광과 상용 목적의 경우 비자 없이 미국을 최대 90일 간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방북 경험자는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해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미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해야 한다. 이 같은 무비자 입국 제한은 개별관광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남북 간 직접 관광의 경우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휴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 및 유엔사와의 긴밀한 협의와 양해가 있어야 개별관광이 꽃 피울 수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까지는 북한 당국의 초청장과 비자 외에 신변 안전까지 보장돼야 방북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북한 당국의 비자만 받으면 개인 차원의 방북 관광을 허용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신변안전보장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자만 있으면 보내겠다는 발상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과 맞지 않는다. 제3국 여행사에 의한 북한 당국의 신변안전 보장 획득, 사전 방북교육 강화, 우리 측 안내원 동행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지만 모두 다 한계가 있다. 정부가 국민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고 관광객이 상당 부분 자기책임 하에 방북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북한이 관광객의 말이나 행동을 문제 삼아 억류하거나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관광객을 전부 인질로 잡아둘 가능성이 상존한다. 각종의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 뾰족한 대책도 없다. 게다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북한과 중국 공히 단체관광의 문을 닫고 있다.
현단계에서 고위험상품에 해당해 지속성 담보가 어려운 사업을 서두를 경우 '닭 쫓는 개' 신세가 될 수 있다. 한미 간 협의를 거쳐 개별관광을 비핵화 진전의 보상 카드로 재구성하고 당국 간 신변안전보장 장치 마련 등 여건이 충분히 성숙된 다음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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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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