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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보이저 1호에게/류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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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 속에 밤이 퍼진다

내 붓은 차갑게 씻기고


안부라는 건

대개 꿈풍선일 뿐, 눈부신

우주 방사선 속에서

버릴 꿈이 없어서, 널 닮은

연체동물을 그렸다 저 외행성 출신의

물기 없는 입을, 활짝 핀 성기를

중력 없는 팔들의 짙푸른 기별을


축하한다

악수하는 법도 몰랐으면서

우리는 늘 몽상이라는 교신 위에서

지구에서의 너를 그렸으니

한때 색색 풍선보다 더 필요했던

날숨을, 더운 붓을 휘갈겨 본다


화장실 창밖이 밝아 오고

벌어진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그 금빛 껄끄러움 또한

교신,이라 생각했던 물음을 안고

나는 지금 태양권의 어디쯤을

쫓아가고 있을까

[오후 한 詩] 보이저 1호에게/류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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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에 발사된 무인 탐사선으로 목성과 토성을 지나 2012년에 태양권 계면을 통과한 뒤 현재는 성간 우주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이 시를 읽고는 한참 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성간 우주라니! 그저 아득하기만 했다. 아득하다니! 사실을 말하자면 보이저 1호가 지금 혼자 건너고 있을 그 까마득한 곳을 대체 무어라 적어야 할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놀라워라. 시인은 저 감득할 수조차 없는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보이저 1호를 쫓아 "태양권의 어디쯤을" 항해하고 있다니 말이다. 몽상을 넘어선 경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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