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추가 압박 힘들어…양안관계 악화땐 경제 타격"
[아시아경제 타이베이(대만)=박선미 특파원] 반중국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압박수위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안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게가 실린다.
탄야오난 대만 양안정책협회 이사장은 대만 총통선거(대선) 직후인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번 선거를 통해 대만의 주권수호 의지를 확인한만큼 더 강경하게 대만통일을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탄 이사장은 국립대만대학과 미국 피츠버그대를 졸업한 후 베이커앤맥킨지 수석 파트너와 브루킹연구소 방문 연구원을 역임한 양안관계 전문가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만 양안정책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탄 이사장의 전망은 대선 결과 이후 제기된 전망과는 결이 다르다. 차이잉원 총통은 당선 직후 대만 주권수호 의지를 언급했고 중국 정부는 외교부와 국무원 대만사무실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결과가 양안관계의 급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주권수호 의지가 차이 총통 개인의 생각이 아닌 대만 전체의 입장이라는 점이 전세계에 명확하게 인식된 만큼 대만이 먼저 독립을 추진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하기 전까진 중국 정부도 대만을 향해 강경한 대응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 이사장은 차이 총통이 당선 후 주권수호에 대해 말하면서 '평화ㆍ대등ㆍ민주ㆍ대화' 라는 8개 글자를 언급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차이 총통이 중국을 향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려는 대만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의견차를 좁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면서 "특히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점은 대만 역시 중국에 대한 태도를 급격하게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이 총통은 국민의 자유와 주권수호 의지를 지키고자 하는 것일 뿐, 대만을 법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급진적이고 과격한 수단을 취하려는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도 중국과 협상,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중국과 충돌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차이 총통 재임 기간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중국과 주권수호 이슈를 놓고 대화하기에 앞서 대만 내부의 분열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게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대만과 중국이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먼저 어떤 분야에서 양측이 생각을 바꾸고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만의 주권수호 의지를 전달했으니 중국을 압박하기 보다는 공을 넘기고 우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연설에서 대화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제 양측이 대화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차이 총통 당선 후 양안관계에 촉각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까닭은 향후 양측관계의 흐름이 미중 뿐 아니라 대만 경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탄 이사장은 "중국이 더욱 급진적이고 과격한 수단을 통해 주권수호를 주장하는 차이 총통과 민진당을 압박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중국에 의존적인 대만 경제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시진핑 중국 주석이 '양안 동포는 운명을 함께하는 혈육이자 형제이고 피가 물보다 진한 한 가족'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만 동포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고 공언한 이상 이런 방식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에 중국인 안와도 괜찮아요"=이번 대선에서 대만인들은 경제보다 주권수호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후 타이베이 시정부 청사 인근 브리즈 백화점에서 만난 33세 직원은 "과거에는 먹고 사는게 바빠서 경제가 우선이었지만, 대만 경제가 안정적인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주권수호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차이 총통 집권후 대만에 중국인들이 많이 못오고 있는데 상관없다. 중국의 빈자리를 한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들이 채우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만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영향으로 수출 주문이 몰리는 특수를 누렸다. 그 덕분에 대만기업의 투자가 촉진됐고 정부 역시 분위기에 발맞춰 공공부문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예상보다 견조하게 성장했다. 고정자산투자와 민간투자 증가율이 2018년 각각 2.95%, 2.25%를 기록했지만 2019년 7.58%, 7.36%으로 급증해 경제성장률(지난해 2.54%ㆍ예상치)을 끌어올렸다. 실업률은 내려가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안관계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경우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만 경제가 분명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 정부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원(CIER) 왕젠취안 부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대만 총통선거 결과로 야기될 수 있는 양안관계 악화가 올해 대만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만은 2010년 중국과 체결한 사실상 FTA인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올해 만료되는데, 연장이 안될 경우 대만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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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차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역시 양안관계 악화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맞춰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중국의 영향력 축소에 대비해 신남향정책과 공공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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