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축제, 정말 잔혹한 '동물 학대'일까
동물권 단체 등 '산천어 축제' 반대
제인 구달 "참으로 끔찍한 일"
화천군 "식용 산천어 동물학대 적용 대상 아냐"
"생명을 오락으로" vs "민감한 반응"
2020 산천어축제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외국인 전용 낚시터에 산천어가 방류되고 있다.화천군은 사전 예약한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4일 낚시터를 사전 개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장면 하나. 전국 각지에서 양식 중이던 산천어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강원 화천군은 지난해 연말부터 전국 각지 19개 양식장에서 화천 하남면 논미리 축양장으로 산천어를 옮겼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1회 운송량은 화천지역 1t, 화천 이외 지역은 800㎏으로 제한한다.
# 장면 둘. 이렇게 대이동에 나선 산천어는 90% 이상이 이 시기에 화천으로 모인다. 겨울철 단일 어종의 수송규모로는 국내 최대다. 2020 화천산천어축제에 쓰이는 산천어 계약 물량은 총 200t에 달한다.
# 장면 셋. '화천 산천어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는 △맨손잡기, △옷 속에 넣기, △입에 물기, △홀치기바늘 몸통 통과 등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과 만난다.
영국의 동물학자, 환경운동가, 침팬지의 행동 연구 분야에 대한 세계 최고 권위자 제인 구달은 한국의 '산천어 축제'를 보고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는 "오늘 같은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 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화천 산천어 축제에 대해 알게 되어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얼음 아래 갇힌 수천마리의 어류를 잡고 먹으며 즐긴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화천 산천어 축제의 동물학대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행위가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산천어 축제 '동물 학대'를 중단하라!"
'화천 산천어 축제'는 정말 '동물학대'일까. 동물을위한행동 등 11개 동물권단체들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가 지난 9일 강원 화천군의 지역축제인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이 축제는 화천군 주최로 매년 겨울 약 3주간 열리는 대규모 지역 행사다. 화천천에 얼음구멍을 뚫어 산천어를 낚는 산천어 얼음낚시,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맨손잡기 등을 한다.
단체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 산천어를 체험도구로 이용하는 축제가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오락·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미 무수한 과학 연구들이 어류도 고통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면서 "유흥이 아니라 식용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밝혔다.
또 "산천어축제는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마리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나가는 해괴한 이벤트"라며 "맨손잡기 등은 아이들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비교육적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천어는 수온이 섭씨 20도가 넘지 않는 강원도 영동지역 하천에만 서식하는 어종으로, 영서지역에 위치한 화천군에는 전혀 서식하지 않는다"며 "180t의 산천어를 오로지 유흥·오락 목적의 축제를 위해 영동지방에서 무리한 운송방식으로 공급받아 온 후, 5~7일을 굶겨 극도의 굶주림을 야기한 상태에서 얼음 속 밀집한 환경에 투입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투입된 산천어들은) 하루 수천명이 드리우는 얼음낚시 미끼를 물고 잡혀죽거나, 홀치기바늘에 몸통이 찔려 올라와 죽거나, 혹은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굶고 쇠약해져서 떼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반생태적, 비인도적, 비교육적 동물 학대의 현장"이라고 했다.
또 "겨울방학 기간 가족 단위 참가가 많은데, 어린이 및 청소년이 무의식적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체득"하게 되는 것도 우려했다.
2020 산천어축제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외국인 전용 낚시터에 산천어가 방류되고 있다.화천군은 사전 예약한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4일 낚시터를 사전 개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식용으로 양식 동물학대 적용 대상 될 수 없어"
반면 화천군 측은 동물학대가 아닌 것은 물론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화천군 측은 "식용으로 양식한 산천어를 이용해 이벤트성 축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학대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화천군은 산천어축제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경제유발효과는 1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축제를 막으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동물권 단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축제는 거의 매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03년 방문객 22만 명으로 첫 회를 치른 뒤, 지난해 184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인 산천어는 송어보다는 작지만 낚시를 하며 손맛을 볼 수 있는 어종이다. 구이와 회로 담백한 입맛을 볼수 있다.
얼음낚시터엔 2만개 안팎의 얼음구멍이 뚫린다. 산천어는 약 15cm 크기의 얼음구멍을 통해 축제 참가자들에게 낚여 입으로 들어간다.
이런 장면들은 영국의 BBC 등 외신으로부터 '가장 인상적인 사진' 중 하나로 선정됐다.
동원된 산천어 물량도 확대돼 올해는 지난해 180톤에서 20톤을 더해 역대 최대 물량인 190~200톤이 공급될 예정이다.
동물권 단체의 반대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산천어 축제를 동물학대로 생각한다는 30대 중반 직장인 A 씨는 "먹으려고 잡는 것, 그저 생명을 오락거리로 취급하는 것은 구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면에서 이 축제는 말 그대로 '학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축제라는 입장도 있다. 한 40대 직장인 B 씨는 "축제 현장에서 산천어를 구이로 해먹는 등 식용이다.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이)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물권 단체 등은 산천어축제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길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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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우리는 지역 축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답사 결과, 눈썰매나 얼음 스포츠 등 비폭력적인 행사장에서 훨씬 더 긍정적 반응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산천어 축제가 산천어의 존재를 기념하는 진정성 있는 축제로 거듭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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