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떼파파' 2만명 넘었다
[금요스토리] 작년 육아휴직자, 전체의 21.2%
전년보다 4600여명 늘며 가파른 증가세
희귀사례서 자연스러운 절차로
육아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 '속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떠나고,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들이 이제는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금융권에 종사하던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내고 두살 터울의 아들 둘을 돌보고 있다. 내일도, 모레도 출근하지 않는다는 아빠의 말에 펄쩍펄쩍 뛰는 아이들을 보니 그간 직장생활로 방전됐던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 서툰 집안일과 육아에 적응하는 사이 엄마로만 살던 아내는 학교 보조강사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눈뜨자마자 전쟁이죠. 하루종일 힘들게 집 정리해놨더니 3초만에 난장판을 만들고…" 수원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던 오모씨는 둘째아이 출산 후 1년의 휴직 끝에 복직한 아내와 '육아 바톤터치'를 했다.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함께한 추억이 없다는 선배 아빠들의 아쉬움에 한 결심. 저녁이면 체력이 고갈될만큼 바쁘지만 가정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된 이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하다.
회사를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남성, 이른바 '라떼파파'가 지난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육아휴직자 수 역시 첫 1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우며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의 육아참여가 어느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특별한 경험'을 미루거나 피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이자 행복으로 여기는 문화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만2297명을 기록, 전체 휴직자(10만5165명)의 21.2%를 차지했다. 휴직자 5명 중 1명은 남성인 셈이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자녀에 대해 남녀 각각 1년씩 총 2년 사용이 가능해 일하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의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10년 전인 2009년만 하더라도 성별을 막론하고 육아를 위해 휴직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전체 휴직자 수는 3만5400명으로 이 중 남성은 502명에 그쳤다. 이후 매년 급격히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전체 휴직자수와 남성 휴직자수가 나란히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같은 자녀에 대한 '두 번째 휴직' 이용자는 압도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다. 두 번째 휴직자의 육아휴직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월 상한 250만원)으로 올려 지급하는 '아빠 육아휴직보너스제'의 지난해 이용자(8993명) 가운데 남성은 7901명으로 전체의 88%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부부가 순차적으로 육아를 나누는 것이 아닌 '동시 육아휴직'에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이를 직접 언급하며 "부부 동시 육아휴직을 도입해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선구적인 육아휴직제가 태동한 곳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공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바 있다.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해 도입한 이 제도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및 정책과 맞물려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기업문화를 바꾼 사례다. 남성 육아를 상징하는 '라떼파파'라는 용어도 바로 스웨덴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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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은 아직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대기업 위주다.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남성 육아휴직자 중 56.7%가 30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00인 미만 기업 종사자(남성)의 육아휴직 비율(43.3%)은 전년 동기(40.8%)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차선책으로 여겨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30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같은 기간 민간부문의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 이용자(2759명) 가운데 11.8%(326명)가 남성으로 집계됐으며, 전체 이용자 중 300인 미만 기업 종사자가 76.4%를 차지했다. 이 중 남성 이용자 비율이 70.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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