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2020년은 경자(庚子)년으로 경(庚)이 백색을 뜻해 '흰 쥐의 해'로 불린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쥐는 부지런함과 풍요를 상징한다. 특히 흰 쥐는 쥐 무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이며, 적응력이 뛰어나고 생존능력이 아주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재계에서도 국내 상장사 지분을 5% 넘게 보유한 쥐띠생이 124명에 달하고 이 중 보유 주식 가치가 100억원을 넘어서는 '쥐띠 큰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24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개별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개인 주주는 1800명이며 이 가운데 124명(6.9%)이 쥐띠생으로 조사됐다.
출생 연도별로 보면 2020년에 환갑을 맞는 1960년생이 52명(41.9%)으로 가장 많았다. 또 1948년생 32명(25.8%), 1972년생 30명(24.2%), 1936년생 10명(8.1%) 순이었다. 이들 가운데 지분 가치가 100억원이 넘는 '큰손'은 98명, 1000억원 이상 주식 갑부도 17명이나 됐다.
쥐띠생 중 주식 평가액이 1조원이 넘는 '넘사벽 갑부'는 단 2명으로, 동갑내기(1960년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 지분(18.4%)을 포함해 주식 평가액이 무려 3조3547억원에 달해 쥐띠 경영인 중 가장 많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주식 평가액 1조2627억원을 기록하며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40대(1972년생) 주주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가장 높은 쥐띠생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으로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등의 주식 가치가 4741억원에 달했다. 쥐띠생 주식 부자 랭킹 3위다. 최근 GS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허창수 명예회장(1948년생)은 주식 가치가 4584억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몽진 KCC 회장(1960년생)도 주식 가치 4517억원으로 5위에 올랐다.
가구업체 지누스의 이윤재 회장(1948년생)이 주식 가치 4382억원, 게임업체 위메이드 창업자 박관호 이사회 의장(1972년생) 2298억원, 화장품업체 클리오의 한현옥 대표(1960년생) 1865억원 등으로 쥐띠 부자 경영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 대표는 여성 쥐띠 기업인 중에서는 주식 평가액이 가장 많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1948년생)과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1960년생)도 쥐띠 부자 경영인 상위권에 들었다. 1000억원 이상 주식 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쥐띠생은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1936년생)으로 평가액은 109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1000대 상장사 대표 1328명 중 쥐띠는 81명(6.1%)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1960년생 쥐띠 전문경영인은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등 삼성에 다수 포진해 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이건용 현대로템 사장,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등도 쥐띠 최고경영자(CEO)다.
1972년생 중에서는 여성인 정혜승 싸이맥스 부회장을 비롯해 허은철 녹십자 사장, 안병준 한국콜마 대표,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 등이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경영학 관점에서 쥐(RAT)는 위기를 빠르게(Rapid) 파악ㆍ대처해나가고, 조직을 풍요롭게 성장(Advance) 시켜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변화(Transformation)를 주저하지 않는 리더십 스타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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