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 건강한가요" 병들어가는 청춘, '소비'로 확실한 행복 찾아
20대, 공황장애·불안장애·우울증·조울증 증가율 모두 1위
불안정한 미래에 확실한 행복 추구
[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 3년 차 직장인 A(28) 씨는 적금을 들지 않았다. 그는 월급으로 취미생활이나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지출하는 등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A 씨는 "내가 얼 만큼 돈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겠냐"며 "이런 생각을 할 바에야 차라리 지금의 나를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내가 미래를 만드는 거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미래가 행복하겠냐"라고 반문하며 "나는 평생 나를 위해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소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는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감을 더 중시하는 심리와 연관있다고 밝혔다.
20대 정신건강 '적신호'…우울증에 조울증까지
청년들은 취업난을 비롯해 학업, 대인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정서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 공황장애 ▲ 불안장애 ▲ 우울증 ▲ 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중 20대(중복건수 포함)는 20만5847명으로 2014년(10만7982명)에 비해 90.6%가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최근 5년간 이 같은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타 연령층에 비해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5년 전인 2014년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거나 삶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20대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20대는 무한 경쟁 속에서 극심한 학업,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취업준비생 B(24) 씨는 "하반기에 원서접수만 10번을 넘게 했다. 하지만 서류합격도 되기 힘들고, 합격한다 해도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며 "괜찮다고 자기합리화해도 결국 '문제는 나한테 있구나'라고 화살을 돌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 같은 마음의 병이 계속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9월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사망률 중 절반에 육박하는 47.2%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소확행'에서 '플렉스'까지, 소비로 행복 찾는 청춘들
이렇다 보니 20대들 사이에서는 무력감을 잊기 위한 소비 행태도 이어진다. 불확실한 미래로 고통받기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우울감 등을 잊는 식이다.
직장인 C(25) 씨는 "물건을 구매할 때 얻는 쾌감이 커서 자주 소비하게 된다"며 "요즘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인 '라이언'에 빠졌다. '라이언'이 그려진 쿠션, 무드등, 인형까지 샀다"고 말했다. 이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쌓여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그 행복을 위해 다양한 물건을 사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에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시X소비(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인 '시X비용' 소비를 일컫는 말)', '휘소가치('휘발하다'의 '휘'와 '희소가치'의 합성어)' 등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소소한 행복을 넘어 명품을 소비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도 늘고 있다. 명품 등 고가의 물건을 사들이는 '플렉스(flex)'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직장인 D(27) 씨는 최근 명품 가방을 샀다고 밝히며 "한번 사는 인생인데 즐기면서 살고 싶다"며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느라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이젠 나를 위해 살고 싶다. 명품 가방을 멜 때면 자존감도 높아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20대, 불안정한 미래로 현재의 행복 중시"
전문가는 20대가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게 된 이유로 '불안정한 미래'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가 희망적이라면 미래를 위해 저축이나 적금을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20대는 미래가 불확실해졌다"며 "과거에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였지만, 지금은 돈을 모으더라도 내 집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이 미래와도 연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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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20대의 소비 유형에 대해 "작은 소비를 하면서 그때그때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는 유형도 있는 반면, 비싼 물건을 샀을 때 만족감을 얻는 유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지출을 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이 커지면서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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