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룸학교, 직업훈련·특화프로그램 동시 진행
만 15세 이상 24세 이하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출석률 따라 장려금·교통비 지급
수료 후 다른 교육 연계 가능

[학교밖 청소년.上]기술 배우러 왔다가 '나'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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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초콜릿과 아몬드가 뒤섞여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조리 실습실. 자유로운 복장의 앳된 얼굴들이 열심히 아몬드에 초콜릿 옷을 입히고 있다. 반복되는 작업에 손목이 아픈 듯 팔을 털기도 하고 손가락 사이사이 초콜릿 범벅이지만 다들 '키드득' 웃는 얼굴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이 곳은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건물의 4층 '빵 작업실'. 학교 밖 청소년 맞춤형 직업 훈련 과정인 '내일이룸학교' 졸업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아망드 쇼콜라(아몬드 초콜릿)' 만들기 실습에 참여 중인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났다.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대안학교를 다녔던 김문기(남·20)씨는 16살 이후부터 집에서 홈스쿨링을 했다. 검정고시도 혼자 준비하다 보니 외출도 줄어들고 친구를 만날 기회도 없게 되자 내일이룸학교에 지원하게 됐다. 강북구에서 노원구까지 출석하는 김씨는 "힘든 건 피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이었다"며 "수업을 받으며 사람과 관계 맺는 능력을 배웠고 하기 싫은 일도 최대한 도전해보려는 마음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수업은 특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인문학 강의였다. 특화 프로그램은 학교 밖 청소년 특수성에 맞춘 과정으로 예·체능 활동,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한다. 여성가족부는 2012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취업 사관학교'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이관 받아 오면서 내일이룸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특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자립을 단순 취업으로 종결하지 않고,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회 진출 역량을 키워주자는 취지다.


김씨는 "인문학 수업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는데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솔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졸업장 같은 증명서는 없더라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주변 사람에게 신뢰를 주고, 또 그러다 보면 얻어지는 게 분명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명서 없어도 얻어지는 게 있을 것"
"학교 밖 청소년 열정 크게 다르지 않아"
학교 나왔지만 배움 끝난 것 아니야

내일이룸학교는 만 15세 이상 24세 이하 학교 밖 청소년 대상으로 운영되며 전국 17개 기관에 18개 과정이 있다. 예비학교 4주 과정을 거쳐 9개월 간 직업훈련 및 특화 프로그램을 받는다. 출석률에 따라 취업 장려금·교통비 등이 차등 지급된다. 수료 후에는 취업 알선이나 다른 직업 훈련에 대한 연계도 가능하다. 이번 과정을 마친 구제경(18·남)씨는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 코딩 교육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2년 정도 과정으로 마치면 현역으로 입대할 계획도 세웠다. 대학은 가지 않기로 했다. 구씨는 "직업을 정해 놓고 무슨 일을 한다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를 나오면서 오히려 격려를 많이 받았다는 구씨는 "학교를 나온 용기 자체만으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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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 내일이룸학교 교장은 "학교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배움은 끝난 것이 아니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배움의 열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학습에 좌절이 있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을 발휘해 해내겠다는, 자기 위치에서 끊임 없이 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장은 또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불확실한 사회에서 여러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도 다양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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