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23골 손흥민, '차붐' 넘었다…환호 대신 고메스 위한 '기도'(종합)

챔피언스리그 즈베즈다전 멀티골…韓선수 최다골 신기록
경신 후 '태클 악몽' 고메스 쾌유 비는 세리머니

토트넘의 손흥민이 7일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자신의 태클로 부상 당한 안드레 고메스(에버턴)의 쾌유를 비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손흥민(27·토트넘)이 유럽 프로축구에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세운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4차전. 손흥민은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두 골을 몰아치며 팀의 4-0 승리에 기여했다. 컵대회 포함 올 시즌 6,7호 득점이자 자신의 유럽 프로축구 통산 122, 123번째 골이 연달아 터졌다.

그는 지난달 23일 즈베즈다와 3차전 홈 경기(5-0 승)에서도 두 골을 넣어 차범근 전 감독의 역대 한국 선수 유럽 프로축구 최다 골 기록(121골)과 동률을 이뤘고, 이날 멀티골을 보태 30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

차 전 감독은 1978년 독일 다름슈타트를 시작으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바이어 레버쿠젠 등을 거치며 1988~1989시즌까지 총 372경기에서 121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바이어 레버쿠젠과 잉글랜드 토트넘을 거치며 그동안 총 361경기(2군 경기 제외)를 뛰었다.

이날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역습 상황에서 델리 알리의 침투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강한 왼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유럽 무대 통산 122골로 신기록을 세웠으나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 자신의 태클로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오른 안드레 고메스(에버턴)의 쾌유를 빌듯,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당시 눈앞에서 고메스가 다치는 광경을 지켜본 손흥민은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득점으로 마음을 추스른 그는 4분 뒤 대니 로즈가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연결한 패스를 오른발로 툭 차 넣어 유럽 통산 123번째 골까지 보탰다. 이어 후반 30분 라이언 세세뇽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토트넘은 후반 40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추가 골로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며칠 동안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동료와 팬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내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알게 됐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와 BBC 등 외신들은 "골을 넣은 손흥민이 부상 당한 고메스를 위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세리머리를 했다"고 주목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정신력이 강한 선수임을 입증했다"며 "그의 활약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승1무1패(승점 7)를 기록, 바이에른 뮌헨(독일ㆍ4승)에 이어 2위를 지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