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답정너' 지시…검찰 "개혁에 이견 없다" 언급 자제
검찰 내부, 개혁 관련 구체적 언급 자제하는 분위기
조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여권 반발엔 속 끓어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이례적 검찰개혁 방안 마련 주문에, 검찰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1일 대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접 내린 지시 이행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 개혁안을 어떻게 마련해 보고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시의 취지와 관련한)대검찰청의 이견은 전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ㆍ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통상 법무부를 통해 법무부 외청장인 검찰총장에게 지시하는 방법이 아닌 윤 총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기로 한 만큼, 검찰에 선택권을 주지 않고 그대로 따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지시한 사례를 보지 못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에 대해 저항하는 모양새를 만들지 말고 따르라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오전에는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한 검사는 윤 총장을 향해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안 됐을 것”이며 현재 여권의 비판에 대해 풍자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당혹감과 함께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개혁에 반대하는 모양새로 비쳐져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수사에 여권 정치인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는 것에 대해서는 속을 끓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문 대통령의 개혁 지시 내용은 조 장관이 보고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장관은 검찰의 형사부ㆍ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과 관련된 공보준칙 개정 등이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보고했다. 시민사회계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력이 고위공직자ㆍ기업인에 대한 범죄 수사나 부패범죄를 담당하는 특수부에 쏠리면서 일반 고소ㆍ고발 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사건 처리가 지체된다고 지적해왔다. 검찰개혁의 핵심 사안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부도 수사 검사에 비해 숫자가 적어 업무가 과중하고 승진 등 인사에서 혜택이 없어 기피부서라는 인식이 검찰 내부에서도 강했다. 조 장관이 보고하고 문 대통령이 검찰에 지시한 검찰의 직제 변경이나 인사, 공보준칙 변경 등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어서 대통령령이나 법무부령으로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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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 일가의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윤 총장이 직을 걸고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사속도가 늦춰지거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은 외압에 위축될 수 있는 조 장관 일가 의혹 수사팀에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수사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수사에 대한 검찰 압박 수단으로 검찰 개혁 카드가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대검 측은 "개혁에 대한 대검의 입장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수사는 수사고 개혁은 개혁이다"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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