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뢰로 다리 잃었는데…보훈처 '공무중 상이' 판정 논란
軍은 '목함지뢰' 교전 상황 인정해 '전상' 판정
보훈처, 국가유공자법에 규정 없다며 뒤집어
하재헌 중사 이의신청…보훈처 "재심의 예정"
지난해 8월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이종명관에서 열린 목함지뢰 도발 사건 3주년 기념행사에서 당시 수색작전 중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오른쪽)와 김정원 중사가 전우들과 함께 국민의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국가보훈처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폭침사건의 부상 장병들이 전상 판정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리고, 같은 달 23일 이를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를 뜻하지만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의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전상과 공상은 처우에 있어 큰 차이는 없지만 군에서는 적과의 전투 중 입은 상이에 대한 보상인 전상 판정을 더욱 명예롭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중사 역시 이 때문에 지난 4일 보훈처에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로 인해 양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부상 이후에도 국군의무사령부에서 근무하다가 장애인 조정 선수로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꿈을 품고 지난 1월 31일 전역했다.
육군은 하 중사가 전역할 당시 군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전상 판정을 내렸다. 군인사법 시행령에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보훈심사위는 국가유공자법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며 군의 판정을 뒤집었다. 실제 보훈처는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뢰사고에 공상 판정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효성 조현준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김정원 하사, 하재헌 하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8ㆍ4 DMZ 작전에 참여한 육군 1군단 수색대대 장병들의 전공을 기념하는 ‘평화와 하나됨을 향한 첫 걸음-평화의 발’(이하‘평화의 발’) 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원본보기 아이콘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심사위는 하 중사에게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의 '경계·수색·매복·정찰활동·첩보활동 등의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 규정을 적용했다.
앞서 보훈심사위는 천안함 피격 사건 유공자들에 대해선 같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의 '전투 또는 이와 관련된 행위 중 상이' 규정을 적용해 전상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즉 천안함 폭침사건은 교전 상황이라고 판정하면서,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은 교전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군이 목함지뢰 사건도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전상 결정을 내렸는데, 보훈처가 이를 뒤집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일자 보훈처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현재 공상군경 의결에 대한 이의신청이 접수된 만큼 보훈심사위에서 재심의할 예정"이라며 "관련 법령의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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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심사위 심사 과정 중 "전(前) 정권에서 영웅이 된 사람을 우리가 굳이 전상자로 인정해줘야 하느냐"는 발언이 나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심사 회의록은 모두 비공개"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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