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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꾸라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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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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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구에 참여 안 하는 걸 직접 보셨어요?" 교수 엄마 덕에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딸 A씨가 어제 법정에서 한 말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논문 작성에 참여했던 대학원생들이 자신들이 A씨 논문을 대신 작성한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씨가 이들 증인에게 보낸 감사 메일도 공개됐다. 그런데도 이 딸은 이들을 향해 자신이 연구에 참여 '안 하는'걸 직접 보았냐고 되물은 것이다.


한 거라면 모를까, 안 한 것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전형적인 미꾸라지 화법이다. 최근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의혹과 대학 입시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논란과도 맞물려 개운치 않은 여러 장면들과 오버랩된다. 최순실 딸 정유라가 대학입시 면접장에 가져갔다는 메달이 떠오르고, 코너링이 뛰어나 운전병으로 발탁됐다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들도 떠오른다.

불리한 사안이 나올 때 마다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했던 지난 정권의 김기춘 비서실장, 우 전 수석 등을 끝으로 '법꾸라지'는 그 명을 다하고 이제 사어(死語)가 된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 미꾸라지가 죽기는커녕 이제는 위에서 아래까지 온통 법꾸라지 흉내를 내는 가히 '법꾸라지 전성시대'가 되고 말았다. 왜 하나 같이 미꾸라지를 닮으려 이리도 애를 쓰는가.


이런 와중에 최근 접했던 한 장면이 불협화처럼 떠오른다. 자신에게 반말을 하고 숙박비를 안 냈다는 등의 이유로 열이 치밀어 투숙객을 살해한 '흉악범' 장대호다. 엽기적 행각으로 공분을 샀던 장대호는 범행 후 구속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것이다. 유치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한 것이다. 다음 생애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뉘우치기는커녕 또다시 그 짓을 하겠다고? 이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아닌가. 그런데 범죄전문가들은 장대호는 분노조절장애이지, 사이코패스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죄의식 결여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인식하고 있고 목표를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장대호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과 없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뱉은 것은 흔히들 형 감경을 목표로 "반성한다"류의 언사를 선택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결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다시 말해 미꾸라지 전략을 취하지 않아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 없다는 것.

나는 촛불로 일어선 이 정권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법꾸라지를 앉힐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조 후보자가 위법ㆍ불공정ㆍ반칙 등 온갖 시비에서 어느 한 개도 걸리지 않을 당당한 인사라고 상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절차상 아직 불씨가 살아있는 국회 인사청문회 또한 조속히 개최될 거라고 상상한다. 아울러 이제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후보자가 한 점 위법도 없는 당당한 인사임이 확인될 것으로 상상한다.


아울러 이 글 제목과는 달리 이 땅이 법꾸라지 전성시대로 회귀하지 않을 걸로 상상해본다. '윗물이 탁하면 아랫물도 탁하다(上濁下不淨)'는 신물 나는 경구도 더 이상 들먹이고 싶지도 않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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