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친환경차 실효성 확보위해 보급목표제 도입 필요
미세먼지가 한창이던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그동안 수도권에서 시행했던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제(이하 보급목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규모 업체를 제외한 모든 판매사는 오염 배출이 적은 저공해차를 목표비율 이상 보급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급목표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무공해차 의무판매제(ZEV mandate)를 토대로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1960년대부터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자동차 환경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1990년에는 궁극적인 친환경차로서 무공해차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자 의무판매제를 최초 도입했다. 이후 현재 미국 10개주, 캐나다 퀘벡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도 의무판매제를 벤치마킹한 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를 시행중이다.
2020년 우리나라 전국으로 확대되는 제도는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논의된 시행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동차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시행시기를 늦추고 2~3년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대상 차종도 전기차와 수소차만 아니라 한시적으로 2종(하이브리드차)과 3종(오염배출 기준보다 적은 휘발유ㆍ가스차)까지 허용한다. 아직 준비가 미흡한 기업도 다양한 이행경로를 확보할 수 있기 위함이다.
국내에서 보급목표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전방위적인 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분명한 정책 시그널이 필요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 수소차 6만5000대라는 보급목표를 수립했다. 그러나 목표 제시만으로는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 적극적인 산업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 분명한 정책시그널과 강한 이행의지를 천명하는 차원에서 보급목표제 선언은 중요하다. 둘째, 지원정책만으로는 자생적인 시장 형성이 어렵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할 수 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보조금과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총 2조500억원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 보조금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하지만 과연 보조금없이 시장 유지가 가능할지 우려된다. 셋째, 친환경차 투자에 적극적인 제작사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다.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보급목표제의 패널티 부과에 대해 온실가스 규제 과징금과의 중복으로 과도하다는 주장은 일견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제도 이행 없이 과징금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이행 부담금은 제도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캘리포니아 주는 2005년 이래 미이행 부담금을 실제 부과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우리나라 2020년 온실가스 기준은 6년간 준비기간을 부여했고, 보급목표제는 이미 2005년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된 정책이다. 또한 2005년 친환경자동차법 제정 이래 막대한 정부 예산이 산업부문에 지원됐다. 상호합의된 제도 유예와 장기간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 준비가 미진하다면 그동안 추진된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 여건이 선진국 대비 미흡하다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급속충전 인프라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현대차 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차종을 생산한다. 미세먼지 문제로 소비자 관심도와 수용성도 높은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다. 제도 시행으로 시장경쟁력 있는 차종을 확보한 특정 업체나 해외 기업에 이익이 갈 수도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제도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국내 기업은 이행경로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며 감독기관과 협상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소재 부품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보급목표제 시행이 국내 제작사들이 실효성있는 친환경차 생산계획을 구체화하고 개별 여건에 맞는 혁신전략을 수립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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