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홍콩 시위 장기화, 韓 수출에 악영향…반도체 타격 클 것"

무협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 발간
"홍콩, 한국의 대중국 수출 주요 경유지...갈등 지속시 부담 높아져"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수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홍콩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에 중요한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홍콩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7일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 홍콩 수출액은 460억 달러(약 56조원)로, 중국·미국·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특히 대홍콩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3.0%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63.3%에 달한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컴퓨터(3.4%), 화장품(2.9%), 석유제품(2.7%), 석유화학제품(2.4%)의 비중은 각 3% 수준에 그쳤다.

홍콩은 대중국 수출의 우회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실제 지난해 홍콩에서 수입한 한국 제품 중 82.6%가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293억 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홍콩과 본토간 갈등이 격화되면 홍콩 경유 대중국 수출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특히 한국은 홍콩을 경유한 재수출 비중이 여타 주요국에 비해 높아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비중은 대만(107%), 한국(82.6%), 일본(64.4%) 순으로 나타났다.

홍콩을 경유하는 수출의 장점은 ▲세계 3위 금융허브의 이점을 활용한 자금조달 ▲무관세 혜택 및 낮은 법인세 ▲중국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 등이다. 중국 상해나 선전을 대체 무역허브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으나, 중국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및 관세부담이 증대된다는 문제가 있다.

보고서는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이 단기적으로 우려되긴 하지만 당장 수출길 단절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홍콩 탄압에 대한 서구권의 반발이 미중 무역갈등과 연계될 경우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