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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계승한다던 경찰…경찰박물관에 친일인사 유물 버젓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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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만명 오는 박물관에서 친일경찰 홍보하는 경찰
초대 경찰청장 백범 김구 계승하겠다면서 한쪽에선 친일경찰 사료 전시
친일경찰 서기영 감사패·친일작곡가 김성태 악보 버젓이 소개
본지 취재 나서자 슬그머니 치워… "해당 유물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경찰의 노래' 악보. 일제강점기 친일 음악단체인 조선음악협회에 참여한 친일 작곡가 김성태가 작곡하고, 영등포경찰서 순사였던 친일경찰 서기영이 작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다.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경찰의 노래' 악보. 일제강점기 친일 음악단체인 조선음악협회에 참여한 친일 작곡가 김성태가 작곡하고, 영등포경찰서 순사였던 친일경찰 서기영이 작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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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을 했던 경찰 인사를 발굴하는 등 관련 사업에 공을 들여온 경찰이 한쪽에서는 친일경찰 사료를 유물이라며 일반인들에게 전시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일제의 앞잡이로 같은 민족을 탄압하고,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경찰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인사의 사료는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과 경찰박물관 홈페이지에 각각 전시ㆍ게재돼 있다.


21일 기자가 경찰박물관 홈페이지를 확인해본 결과, 친일경찰로 서울경찰학교장(현 경찰대학장)을 지낸 서기영(1915~2001)씨가 받은 감사패가 소개돼 있었다. 서씨는 1937년부터 경성 영등포경찰서 순사로 활동했다. 그는 중일전쟁이 터지자 군사수송 경계, 방첩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일제의 침략 전쟁에 앞장섰다. 해방 후엔 서울경찰학교장을 지내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해 퇴임까지 강단에 서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서씨는 1946년 만들어진 '경찰의 노래'를 작사한 것으로도 추정되는데 경찰박물관 5층 '역사의 장'에는 이 악보가 전시돼 있다. 작곡가인 김성태(1910~2012)씨 역시 대표적인 친일파다. 그는 일제시대 경성음악연구원 교수로 친일 음악 단체인 조선음악협회에 참여해 일제를 미화하는 국민가요 보급에 앞장섰다. '어머니의 희망', '군국의 어머니' 등 우리 청년들이 일본군에 입대하도록 장려한 음악을 작곡하고 침략전쟁을 선전ㆍ선동하는 영화음악을 만들며 일본에 충성했다. 이 때문에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그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시켜 민족 배반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친일 이력이나 설명은 전시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사료는 전시관 정면에 전시돼 반대편에 위치한 순직 경찰관과 동등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도심 한복판에 문을 연 경찰박물관은 한 해 30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는 곳으로 이 중 12만명은 초ㆍ중ㆍ고교생이다.


경찰박물관.

경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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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찰박물관은 '경찰의 노래 악보2' 외 친일 음악가 임동혁(1912~?)이 작곡한 '경찰의 노래 악보1'도 소장하고 있지만 홈페이지 소장유물 소개란에는 관련 설명이 없다. 경찰사적 가치 때문에 유물을 보존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친일 행적은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찰박물관 측은 취재가 시작된 이후 관련 사료를 철수하고 홈페이지에서도 삭제했다, 이어 전문가를 불러 전시물 전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양성숙 경찰박물관장은 "해당 유물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전시자문위원회에 친일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전시물 전체를 세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경찰이 임시정부를 잇는 후예가 되겠다는 바람직한 움직임이 있는 반면, 여전히 구태를 극복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면서 "향후 친일 잔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고 올바른 교육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3ㆍ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들의 정신을 잇겠다는 취지의 사업을 펼쳐왔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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