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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약에 스테로이드까지…어둠의 거래 온상 된 해외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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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전문의약품 15종, 30개 제품 조사
불법 세관 통관 꼼수에…출처·성분정보 누락

임신중절약에 스테로이드까지…어둠의 거래 온상 된 해외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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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김지영(30·가명)씨는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혼자 고민을 하던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여성단체를 통해 임신중절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이후 구매한 임신중절약을 복용했지만 출혈과 빈혈증상이 뒤따라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불완전유산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 탈모로 고민이 많은 직장인 남주원(42·가명)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효과가 좋다는 탈모약 정보를 얻어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했다. 하지만 약 복용 후 탈모가 더 심해지고 만성피로와 여드름이 생겨 기존에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물을 다시 구입하게 됐다.

임신중절약이나 근력강화용 스테로이드 등 무허가 의약품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된 정황이 적발됐다.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해 약품이 악용되거나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다분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통관 과정에서 법적 빈틈을 노린 '꼼수'를 활용한 수법이 이용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임에도 소량 취급시 우편물을 수입할 때 수입신고가 면제되는 점을 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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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이 6일 해외직구로 구매 가능한 국내 기준 전문의약품 15종, 3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국내 구입이 불가능한 무허가 의약품 3종이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사항 이외 목적으로 구매하거나 판매국 기준 처방전 발급을 피하기 위한 경우도 각 4종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가격차 때문에 구매한 경우는 4종에 불과했다.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약(리오티로닌 레보티록신), 임신중절약(미소프로스톨 미페프리스톤), 근력강화용 스테로이드 제품(스타노졸롤) 등이다. 임신중절약의 경우 네덜란드 여성단체 우먼온웹에 기부금을 보내면 배송해주고 복용법 등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가사항 이외의 다른 의도로 해외직구한 전문의약품이 4종에 달했다. 가령 기면증 치료제(모다피닐)를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라고 팔거나, 녹내장이나 고압안증 치료제(비마토프로스트)를 미용 목적인 속눈썹약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판매국 기준 처방전 발급이 불필요한 경우도 4종이었다. 비만치료제나 불면증약 등 해외에서 일반의약품이나 식이보충제로 분류돼 국내와 달리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싼 가격 때문에 구매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특히 의약품 판매업자가 세관 통과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종이 통관 금지 품목이나 포장용기를 바꾸는 통갈이 수법을 썼고, 2종이 허위 처방전을 동봉했다. 통관금지 성분명을 누락하거나 제품가격을 일부러 낮게 기재해 소액 신고 면제 제도를 악용한 제품도 각 1종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은 "의약품 통관에 관한 명확한 기준·규정의 부재가 그 원인"이라며 "관세법상 자가사용 인정기준에 의약품 품목을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으로 세분화해 통관 규정을 개선하고 특송이나 국제우편 통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대부분이 불법 의약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30개 제품의 용기·포장 표시사항과 첨부문서를 확인한 결과, 3분의 1에 해당되는 10개 제품에 첨부문서가 동봉되지 않았다. 6개 제품은 원 포장과 상이했다. 14개 제품은 식별표시가 없었다. 또한 대부분의 제품은 판매국, 발송국, 제조국 등이 달라 유통경로도 불분명했다. 부작용 우려가 높은 셈이다.


소비자원은 금번 조사결과에 나타난 문제점 개선을 위해 관세청에 ▲전문의약품 통관 관련 자가사용 인정기준 세분화 등의 통관 규정 개선 ▲특송·국제우편 등 의약품 통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전문의약품 불법 판매 사이트 차단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에 대한 소비자 교육 및 홍보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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