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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日 독점 반도체 공구 '국산화' 중소기업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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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다이아몬드공업, 다이아몬드 소재 휠 개발 70% 완료
5년간 10억 투자 불구 설비·자금 한계로 양산 어려움
텐트서 숙직하며 연구개발 매진…정부가 '동업자' 돼줘야
국산화땐 원가절감 30%·해외 수출 1000억이상 달성 가능
"정부 대책, 국산화 중인 中企 발굴·우선지원해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스다이아몬드공업 본사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스다이아몬드공업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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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정부 대책은 국산화를 새로 시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입 대체 속도를 높이려면 이미 국산화 중인 중소기업을 발굴해 우선 지원해야 한다."


5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소재 에스다이아몬드공업에서 만난 고영길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대책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 업체에서는 일본이 독점 생산·공급 중인 반도체 웨이퍼 백그라인딩 휠 관련 공구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개발은 70% 정도 완료된 상태다. 고 대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가공 공구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로 2013년 창업 후 5년 넘게 10억원을 투자해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100% 국산화에 성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설비·자금 부족으로 양산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30년을 종사한 고 대표는 "준비가 안 된 대기업들만 모아놓고 지금부터 국산화를 한다면 최소한 1년 이상 걸린다"며 "이미 그 시간을 겪고 양산단계만 남은 중소기업들을 찾아 서둘러 국산화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산화 지원정책을 많이 봐왔지만 지속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연구개발의 성과가 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정부가) 한 차례 하다가 말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장이 내려다보이는 에스다이아몬드공업 2층 사무실에는 텐트가 설치돼 있다. 고 대표는 국산화 연구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밤에도 사무실에 머물 때가 많다. 전체 직원 약 20명 가운데 핵심 연구인력은 두어명에 불과하지만 연구실의 불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일본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이후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업체가 개발 중인 다이아몬드 소재 휠은 반도체 웨이퍼의 뒷면을 연마하는 백그라인딩 가공장비의 핵심이다. 일본의 직접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가 메모리 반도체 선(先)공정에서 '스케치'를 담당한다면 백그라인딩은 후(後)공정에서 색깔을 칠해 마무리하는 공정이다. 평균 85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웨이퍼를 약 3단계에 걸쳐 평균 60~80μm 이내로 갈아내는데, 앞면의 메모리 패턴에 영향을 주지 않고 최종적으로 1~2㎛를 미세하게 깎아내는 과정에서 품질이 결정된다.

고영길 에스다이아몬드공업 대표가 숙직을 위해 설치한 텐트를 걷어올리고 있다.

고영길 에스다이아몬드공업 대표가 숙직을 위해 설치한 텐트를 걷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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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표는 "국내에 1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 공구업체 중 웨이퍼 백그라인딩 휠을 제조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일본처럼 공구업계 분업화가 이뤄져 있지도 않다 보니 일본의 주요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에 백그라인딩 휠 공급을 80~100%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점 품목은 고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국산화 시 10~30%의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정부가 국산화 대책의 효율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뽑아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기업이 못하는 기술을 가진 '야인'들이 있지만 시설이나 시장 검증이 안돼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을 정부가 발굴해 대기업과의 협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에스다이아몬드공업은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1년 내 해당 품목의 60%까지 국산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연간 1000억원 이상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 필요한 정부의 지원책(복수응답)으로 '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및 설비투자 자금지원(6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벤처기업협회가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제조 및 기술벤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적극 지원(36.0%)', '제조 및 기술벤처 육성을 위한 투자·자금지원(33.7%)', '경영안정자금 및 세제 징수 유예 등 지원(15.7%)' 순으로 나타났다.


고 대표는 "반도체 웨이퍼 백그라인딩 관련 공구 일부는 국산화가 돼 있지만 마지막 미세공정 장비를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이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같은 중소기업에 정확한 지원 사격이 된다면 이 분야에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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