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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52> 뇌세포의 헌신적인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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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생활수준은 선진국에 거의 근접할 만큼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뇌의 건강과 행복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뇌세포의 삶을 잘 들여다보고 그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뇌세포에는 전기신호나 화학신호를 이용하여 다른 뇌세포와 정보를 주고받는 기능을 수행하는 신경세포(뉴런)와 신경세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교세포가 있다. 세포 수는 신경교세포가 더 많지만, 뇌세포라는 말은 대체로 신경교세포를 제외하고 정보전달 기능을 수행하는 뉴런만을 이야기한다.

세포들의 수명은 대부분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짧은데, 세포가 수명이 다하거나 손상되어 죽을 때 그 자리를 새 세포로 대체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대부분의 세포들은 평소에는 분열하지 않다가 세포가 죽어 새로운 세포가 필요할 때 남아있는 세포가 분열하여 죽은 세포를 대체한다.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간을 절제할 때 신속하게 분열하여 재생하는 경우가 좋은 예다.


두 번째 형태는 태아 때 대부분 만들어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살면서 분열하지 않는 경우인데, 뉴런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수명이 2~5일부터 수개월까지 대체로 짧은데, 직접 분열하지 않으며, 줄기세포가 분열한 다음 분화하여 새로 만들어지는 세포가 죽은 세포를 대체하는 경우다. 혈구세포와 위장관의 상피세포가 여기에 해당한다.


뉴런은 다른 세포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 태아 때 대부분 만들어지며,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사는, 수명이 가장 긴 세포 가운데 하나다. 늙은 쥐의 뉴런을 장수한 다른 쥐의 뇌에 이식한 한 실험에서 뉴런은 두 세대를 살고도 여전히 건강함이 확인되었다.

뉴런은 분열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뉴런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자원을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도록 최적화되어 있어서 분열할 수 있는 시간도 자원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새로운 뉴런이 추가되면 1천억 개나 되는 뉴런 사이의 복잡한 소통망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뉴런은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20년 전까지도 ‘죽으면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 세포’로 알려져 있었다.


뉴런의 세포막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편리하도록 가지돌기(dendrite)와 축색돌기(axon)로 변경되어 있다. 가지돌기는 뉴런의 신경세포체 주위에 나뭇가지처럼 여러 개가 뻗어 있어 자극이나 신호를 잘 받아들인다. 축색돌기는 뉴런의 신경세포체서 길게 뻗어 나온, 절연체 안에 들어있는 전기선처럼 생긴 돌기로 신경세포체의 전기화학신호를 다른 세포에 전달한다.


뉴런이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할 때는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 연결 구조를 이용하는데, 시냅스는 전기적 시냅스와 화학적 시냅스의 두 형태가 있다. 전기적 시냅스에서는 두 뉴런의 세포막이 시냅스 틈이라 부르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전기 신호가 신속하게 직접 전달된다.


화학적 시냅스에서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이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하고, 이 신경전달물질이 다른 뉴런의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수백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엔돌핀, 도파민, 아세틸콜린, 세로토닌 등 100종 이상이 확인되었으며, 부족할 경우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뉴런은 이처럼 분열하지 않고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살아 있으면서 오로지 정보전달 기능만을 헌신적으로 수행하는데, 뉴런의 정보전달 기능에 차질이 생기거나 뇌혈관이 망가져 뉴런에 에너지와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면 각종 뇌질환에 걸리게 된다. 뇌질환의 예방과 치유를 위해서는 뉴런의 정보전달 기능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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