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서 외신대변인 지내

남편이 한국당 의원임에도

文 정부에서 빠른 속도로 승진

2018년 한미 FTA 개정협상 중 통상교섭실장 첫 여성 타이틀


[사람人]정치 외풍도 피해간 유명희…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막을 '신의 한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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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파격 인사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다. 1992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선 뒤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첫 여성 1급을 거쳐 올해 2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통상교섭본부장에 올랐다.

유 본부장은 정신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 중앙공무원교육원 사무관으로 일했다. 당시 쟁점이 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지켜보며 국내 통상 전문가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 통상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결국 그는 통상산업부 세계무역기구담당관실과 외교통상부 북미통상과 사무관 생활을 거쳐 1999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 로스쿨 3년 과정을 끝낸 뒤 미국 뉴욕주와 워싱턴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통상 업무를 하려면 법률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노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다. 유 본부장은 2005년 1월6일 자유무역협정(FTA)정책과장에 발탁됐다. 당시 외교부 과장들은 1986~1988년 공직 생활을 시작한 외시 20~22회 출신이었다. 행시 35회인 유 본부장의 동기가 외시 26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4~6년은 빠른 파격 인사인 셈이다. 당시 그는 "한국의 FTA 협상에서 앞으로의 2년이 중요한데 전반적 FTA 정책을 입안할 FTA정책과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해온 통상 업무와 공부가 인정돼 중책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만큼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정권이 바뀌는 정치적 외풍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다. 남편이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빠른 속도로 승진을 거듭했다. 문 정부의 탕평인사의 수혜를 본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유 본부장이 통상분야에 필요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여성 타이틀도 이때 생겼다. 유 본부장은 한미 FTA 개정협상이 진행 중인 2018년 1월29일 실장급인 통상교섭실장으로 승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설립 70여년 만의 첫 여성 1급 공무원이된 것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보좌하며 실무협상 대표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올 2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오르며 다시 한 번 유리 천장을 깼다. 그는 취임사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통상 분쟁 심화로 우리 기업들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통상교섭본부 역량을 모아 새로운 질서에 맞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통상을 책임지는 유 본부장의 아웃리치(대외접촉)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정부와 의회 주요인사, 그리고 업계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데 이어 다음달 2일부터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서 일본의 수출 규제 부당성을 알리며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명희 본부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명희 본부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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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은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RCEP장관화의 참석차 1일 베이징으로 출발한다. 이에 앞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전략의 큰 줄기를 설명했다. 그는 "RCEP 장관회의를 포함해 다자ㆍ양자 등 주요 계기마다 일측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 강화에 대한 철회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막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목적이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다양한 미국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의 입장변화를 확인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업계까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악영향에서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일측의 조치가 한국뿐만아니라 미국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리 정부 지적하고 우려한 바를 반도체 업계뿐만아니라 일반 제조업계도 확인해줬다"며 "미국내 여러 분야에서 목소리 보태겠다고 밝혀온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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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국 통상 환경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논리적이며 대담하다는 평을, 외국 통상 상대들로부터는 '협상을 아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통상 전문가 유 본부장이 본인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하는 시점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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