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인기'에 편의점도 동참…흑당라떼·쌀국수·땡모반 맛본다(종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회사원 김연우(29세ㆍ가명)씨는 최근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현지에서 마신 '콩커피'의 맛이 자꾸 떠올라 다음 휴가도 나트랑을 택할까 고민하던 그였지만, 편의점 커피 매대에서 베트남 콩커피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콩커피와 함께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집어든 김 씨는 "콩커피를 한국 편의점에서 쉽게 사먹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다음 휴가지는 나트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해야 겠다"고 말했다.

외식업과 식음료 업계의 화두인 '동남아시아'가 편의점도 점령했다. 동남아음식이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 인기메뉴로 등극하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가장 좋은 편의점들도 현지 대표브랜드를 들여오거나 본토에 가까운 맛을 내는 자체 기획상품 판매를 속속 늘리는 추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이 상품 구색 다양화를 위해 해외 직소싱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CU의 해외 직소싱 상품 중 절반(50%)은 동남아 관련 상품으로 나타났다. GS25는 지난해부터 동남아음식을 집중 공략했다. 2017년 해외 직소싱 상품 중 30%에 불과했던 동남아음식은 지난해 50%를 넘어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해에 1~2종 출시되는 데 그쳤던 동남아 음식과 브랜드가 우리나라 편의점에 대거 진출하게 된 것은 국내 여행객들이 근거리 여행지로 동남아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 베트남 등지로 여행을 가는 이들이 늘면서 현지 음식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어난 데다 외식ㆍ식품업계에서 개발한 동남아 음식들이 매출로 검증을 받으면서 집중 공략에 나선 것.

편의점별로 선택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CU는 대만 음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내달 중 흑당 밀크티의 원조 대만에서 직소싱한 '대만에서 온 흑당커피', '대만에서 온 흑당우유'를 9만개 한정 출시한다. CU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대만 대왕젤리'는 연초 들여온 1차 물량(18t)이 열흘만에 소진됐다. 여름 시즌에 맞춰 수박맛ㆍ메론맛 라인업을 지난 26일 추가했다. 지난달 출시한 '브라운슈가 라떼' 역시 대만 흑당밀크티를 그대로 옮겨온 제품이다. 입소문을 타며 빙그레 바나나우유를 이어 가공유 부문 2위를 차지했다.

GS25는 베트남 식품 라인업 확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1월에는 베트남 비폰사와 손잡고 '베트남 국민 쌀국수'인 포띠가를 국내에 내놨다. 지난해부터 비폰사와 손잡고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선보였던 '포띠뽀'가 역시 현재까지 210만개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반미샌드위치는 한 달도 채 안 돼 샌드위치 매출 5위권 내에 안착했고, 지난해 10월 들여온 베트남 'LIF옥수수밀크'도 곡물 유음료 10종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냄새 때문에 편하게 먹기 힘든 두리안을 국내 최초로 편의점에서 판매 개시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4월부터 베트남 인기 음식인 '분짜' 도시락을 선보이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글로벌 소싱을 통해 태국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땡모반' 맛을 느낄 수 있는 '팁코 수박주스'를 출시했다. 이마트24도 싱가포르 여행객들에게 '먹킷리스트(먹거리+버킷리스트를 합친 신조어)'로 꼽히는 카야토스트를 편의점 체인 최초로 선보였다. 이달 31일에는 즉석 조리면 카테고리를 통해 정통 베트남 쌀국수를 판매한다. 혼자 영화보기를 즐기는 '혼영족'을 위한 흑당 팝콘도 출시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맛보고 체험했던 음식을 국내에서도 접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중국 마라와 함께 동남아 음식이 새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과 필리핀, 홍콩, 대만을 찾은 우리나라 관광객 수가 344만명, 150만명, 142만명, 102만명을 기록하며 해외 방문국 2~5위를 차지했다.

한편 올해 휴가철을 맞아 동남아 여행지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4주 간 싱가폴 항공권과 대만 항공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38% 증가했다. 이는 같은기간 국제선 항공권 평균 매출 성장률(23%)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중국 마카오(33%), 홍콩(22%) 등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G마켓에서는 이달 31일까지 다양한 동남아 취항편을 운영하는 '중화항공'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중화항공 전 노선을 7% 할인하고, 대만 경유 시 대만 호텔 5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