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도시' 메데인 코뮤나13 '도시재생' 성공
무기 들던 청년들 자발적 붓 들고 그라피티 그리기 나서
지역 상권 살아나…주민 "행복하다"
콜롬비아 메데인 '코뮤나13' 지역 입구. 1970년대부터 빈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2011년 에스컬레이터가 대중교통으로 설치되면서 지역 청년들이 도시재생에 나서 직접 그라피티를 그렸다. (사진=이현주 기자)
[메데인(콜롬비아)=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오르막길 초입에 이르자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형태의 그라피티로 장식된 벽면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마약의 도시'로 유명한 콜롬비아 메데인의 서쪽 고산지대에 위치한 빈민가 '코뮤나13(Communa13)' 지역 입구다. 해발 1800m에 이르는 이 지역은 1970년부터 빈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9시(현지시간) 코뮤나13 지역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마약상이 즐비했던 이 마을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변하게 된 것은 알론소 살라사르 전 메데인 시장이 2011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서 부터다. 384m 길이로 에스컬레이터가 만들어지면서 공원,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등 사회간접자본도 함께 조성됐다.
주변 환경이 좋아지자 코뮤나13 지역에서 마약을 팔거나 술을 마시던 청년들이 앞장서서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알레한드로 데 베도트 메데인시 아동청소년부 국장은 "옛날에는 손에 무기가 쥐어진 청년들이 대다수였지만 도시재생의 힘으로 무기 대신 붓을 들고 그라피티라는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코뮤나13 지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흔히 쇼핑몰이나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베도트 메데인시 아동청소년부 국장은 "에스컬레이터를 대중교통화해서 시민들이 실제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교통 체계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몰리자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면서 코뮤나13 지역 경제도 활성화 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환승하는 곳곳 작은 상점들은 등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곳에 사는 한 주민은 "이 에스컬레이터는 메데인시가 저희에게 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시장은 1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메데인 '코뮤나 13'지역을 방문했다. 이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이 박 시장을 환영하며 한글로 '평화'를 써달라고 요청해 '평화의 벽'에 '평화 SEOUL KOREA'란 메시지를 직접 쓰고 있다. 이날 페리코 구티에레즈 페데인 시장(오른쪽)도 현장을 찾아 박 시장과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함께 새겼다. (제공=서울시)
원본보기 아이콘앞선 도시재생의 결과로 메데인시는 서울시(2018년)보다 2년 앞서 도시행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았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코뮤나13 지역을 방문하고 관련 도시재생 정책을 서울시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삼양동, 수유리 같은 산동네에도 주민들을 위한 모노레일이나 엘레베이터 등을 놓을 것"이라며 "도시개발 방식 보다는 도시재생이 늦더라도 공동체와 주민들의 삶이 보존될 수 있기에 오히려 주민들이,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마을로 변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메데인(콜롬비아)=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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