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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제조업 정점에서 서비스업 스위치 켠 선진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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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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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저성장의 주요인은 생산성 정체다(6월23일 자 시시비비 참조). 생산성 정체는 글로벌 경제가 대침체에 빠지면서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생산성 수준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데도 그 증가율마저 크게 하락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생산성 정체는 거시 데이터뿐 아니라 산업 및 기업 데이터를 이용한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되며,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구조적 단절을 보였다. 한국은행 연구보고서를 보면 생산성 정체는 생산성 하위 95% 기업에서 일어난다. 제조업 가운데 수출 주력 산업이 밀집된 컴퓨터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및 운송장비, 화학에서 두드러진다.

무엇이 생산성 정체를 초래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관련한 기존 연구로부터 이 의문의 답을 추측할 수는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 규율에서 온다. 같은 업종이라도 수출 기업이 내수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은 국내시장에 한정될 때보다 해외시장에 통합될 때 더 강한 시장 규율을 받기 때문이다. 한편 수출 기업 가운데서도 '글로벌가치사슬(GVC)'에 편입된 기업의 생산성이 더 높다.


GVC는 제품의 생산 과정을 연구개발(R&D), 디자인, 구매, 생산, 유통, 마케팅 등 단계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제 분업 네트워크를 말한다. GVC는 운송비용의 하락과 ICT의 발전으로 생산활동의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했다. 수출 기업이 내수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처럼 GVC에 참여하는 기업이 수출만 하는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2012년부터 국제 교역이 뚜렷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글로벌 경제의 침체에 따라 수입 수요가 감소한 것만으로는 설명하기에 부족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의 기술 발전으로 중간재 교역이 줄어든 구조적 요인이 지적된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은행 GVC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무역의 60~67%를 차지하는 GVC도 크게 위축됐다. 결국 한국 경제의 생산성 정체는 국제 교역이 위축돼 수출 기업과 GVC 참여 기업이 줄어든 데 요인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GVC 참여도가 낮아진 것은 한국만이 아닌데 왜 유독 한국 경제의 생산성 정체가 심한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올해 초 매킨지는 한층 심도 있는 GVC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5~2017년 43개국 23개 산업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는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화학, 운송, 기계장비, 자동차, 컴퓨터ㆍ전자ㆍ전기기기에 집중됐다. 대신 서비스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며 GVC는 더욱 지식집약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하는 아이폰에서 R&D,디자인, 운영 체제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듯이, 서비스는 국경을 가로지르는 생산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했다. 요약하자면 GVC가 물적자본에서 지식자본과 인적자본 중심으로 패턴이 바뀐 것이다.


다만 국제수지 통계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서비스교역(5조1000억달러)이 상품교역(17조3000억달러)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그러나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그 규모를 측정할 때 이미 서비스교역(13조4000억달러)은 상품교역(13조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매킨지 보고서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기업과 산업의 생산성 정체가 왜 그토록 급격하게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했다. 덧붙여 생산성 정체에 따른 저성장은 구조적인 것이며 결코 극복하기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함의를 준다.


한국보다 앞선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정점에 접근하는 시점에 서비스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산업 구조 전환이 일어났다. 성장동력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형화된 패턴은 한국 경제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과감한 혁신이 없는 한 저성장은 피하기 어렵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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