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독점판매권' 독한 경쟁

올 상반기 총 12개 상품 획득
가구당 보험가입률 98.4%
보험시장 포화 속 신상품 경쟁
미세먼지 등 틈새시장 공략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메리츠화재는 이달 1일부터 갑상선암 및 기타피부암의 진단이 확정된 후 해당 암이 다른 기관에 전이되는 경우에도 진단비를 보장하는 특약을 판매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갑상선암·기타피부암의 전이암 보장은 보험업계에서 첫 사례라는 점을 내세워 다음주 중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신상품 출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일종의 '독점판매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이 상반기에만 10건을 넘어섰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총 12개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생명보험사 상품에서 7개, 손해보험사에서 5개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개(생명보험3건·손해보험4건) 상품에서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된 것과 비교하면 그 수가 7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2개 상품에서 배타적사용권을 따냈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일정기간 독점 판매 권리를 주는 제도다.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된 기간 동안에는 다른 보험사는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현재 보험업계의 배타적사용권 확보 경쟁 움직임은 보험시장이 처해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4%, 가구당 보험 가입수는 평균 4개가 넘는다. 보험에 들만한 사람은 왠만한 보험 상품을 거의 다 들었을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란 얘기다. 보험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신시장 활로 개척 차원이라도 독점판매와 새로움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 개발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올해 배타적사용권을 얻은 상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세먼지, 척추질환 등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틈새시장을 공략한 상품들이 많았다. KDB생명은 스마트폰이나 PC사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업계최초로 디스크 진단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해 9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확보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미세먼지 농도 연계 보험료 할인 특약으로 배타적사용권 6개월을 얻었다. 손보업계에선 현대해상과 롯데손보가 각각 커넥티드카 특약상품 자동가입과 천식지속상태 진단비 특약으로 3개월씩의 배타적사용권을 받았다.

그간 대형사 위주였던 사용권 획득 경쟁에 올해는 중소형사들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사용권 확보 12개 상품 중 7개가 중소형사의 것이다. 롯데손보와 KDB생명은 창사 이래 첫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고, 라이나생명도 10년만에 사용권 확보에 성공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하반기 끝으로 갈수록 배타적사용권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건강관리형 보험시장 활성화 지원의 뜻을 밝힌 만큼 관련 시장의 신상품 개발이 불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 지원과 상반기부터 이어진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한 보험사들의 신상품 개발 움직임은 하반기에 더 활성화 될 것"이라며 "기존 배타적사용권 획득 최대 기록인 2017년(38건)에는 도달하기 어렵겠지만 보험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확보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