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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의 행간읽기] 인류가 '맬서스적 환경'을 탈출한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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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의 행간읽기] 인류가 '맬서스적 환경'을 탈출한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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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ㆍ1798)'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인구과잉과 식량부족 문제의 발생을 예언하고 이러한 문제가 실질임금을 최저생계비수준으로 감소시킨다는 이론을 폈다. 이 이론대로라면 인구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맬서스적 환경'이다.


새 책 '14세기 테마로 즐기는 서양사'는 서양에서의 농업혁명, 산업혁명, 사회주의는 모두 인류가 맬서스적 환경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마사게타이인들은 구성원 중에 어떤 자가 병약해지면 모든 친척들이 함께 모여 제물로 잡아 죽이고 고기를 삶아 잔치를 벌였다. 이러한 자체 인구 조절책이 실패하면 기아, 전염병 등이 인구를 감소시켰다.

인류가 맬서스적 환경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농업혁명의 등장 덕분이다. 증가한 농업 생산성은 인류가 이상 기아, 전염병 등으로부터 일부나마 해방될 수 있도록 했다. 농업혁명으로 축적된 자본, 기술력은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산업혁명은 최저임금, 노동환경 등 초창기 사회주의를 낳게 된다.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자본계급은 노동자들에게 값싼 노동력을 요구했다. 작업 시간을 알리는 시계 바늘을 뒤로 돌려놓는 등 편법도 일삼았다. 당시 영국에선 1820년대 이후 임금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다. 1821년 직조공의 주당 평균임금은 15실링이었는데 1831년에는 6실링으로 뚝 떨어졌다. 이런 적은 임금도 아끼기 위해 자본가들은 성인 남자 대신 여자와 아이들을 고용했다.


카를 마르크스보다도 앞선 초기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자본가였다. 그는 20세 때 스코틀랜드 공장을 인수해 노동자들과 생활조건을 향상시키는 실험을 했고 자본가가 탐욕을 부리지 않고도 노동자들과 협조하면서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였다. '최저소득'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뉴버리 버크셔의 치안판사들은 스피남랜드의 펠리칸장에 모여 개개인의 수입에 관계없이 최저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현재의 '기초생활보장법'의 시초는 '스피남랜드법'인 셈이다.

저자는 이처럼 서양의 역사, 문화, 철학 등을 열네 가지 키워드와 '맥락'에 따라 풀어낸다. 때로는 잘 알려진 '면죄부'가 사실은 '면벌부'였다든가, 오늘날 미국을 개척한 것은 '프론티어 정신'이 아니라 계급주의로부터 도망친 노예들이 추구한 자유였다는 등의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도 바로잡는다. 저자는 "시중 서양사 개론서들이 여러 종이 있지만 인물과 사건들이 지루하게 나열되어있다"면서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택해 서양사 전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인을 위한 서양사' 등 여러 서양사 관련 책을 낸 저자가 다시 한 번 서양사에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 기독교 등 대다수가 '외부의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원래 자기 것이 아닌 것들을 빌려 쓰는 사람은 최초로 그것을 만든 사람보다 그것들에 대해 더 잘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야 '빌려 쓰고 있는 것'들에 대한 오남용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14가지 테마로 즐기는 서양사

정기문 지음

푸른역사

2만원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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