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버스 기사는 왜 ‘음주운전’을 했을까
버스회사 음주측정은 사실상 ‘셀프’
음주 경력 있어도 재취업 제재나 해고 어려워
지난달 서울 강남 한복판을 지나는 노선 버스 기사가 만취상태로 운전 중 승객의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버스 기사의 음주운전 사고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예방할 법적 장치는 부실한 상태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서울 강남 중심가를 지나는 노선버스 기사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승객 신고로 적발돼 지난달 28일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5월 경남 거제에서는 심야 시외버스 기사가 만취 상태로 운전 중 추돌사고를 내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가 하면, 지난 4월 전북 익산에서는 만취한 버스 운전기사가 경찰과 추격전 끝에 승용차를 들이받고 정차해 붙잡히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제2 윤창호법 이전인 지난 2월부터 버스·택시 기사와 같은 운수 종사자는 운행 전 음주 측정이 의무화됐는데도 왜 버스 기사의 음주운전 적발은 여전한 것일까?
먼저 지난달 강남경찰서에 검거된 기사 A씨는 승객의 신고로 적발된 사례다. 오전 4시 40분께 서울 송파구 차고지를 출발한 A씨는 강남구 압구정동까지 약 10km를 50여 분간 운전했는데, 유독 급출발과 급정거가 잦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승객이 기사에게 다가가자 술 냄새가 풍겨 경찰에 신고한 것이 검거로 이어진 것.
경찰에 따르면 단속 당시 기사 A씨는 “전날 오후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잠을 충분히 자 술이 깼다고 생각했다”며 범행 사실 일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소속된 운수회사가 운행 전 음주 측정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서울시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만취한 버스기사 잡고 보니 '무면허'
지난 2018년엔 만취한 시외버스 기사가 귀성객을 태우고 운행 도중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붙잡히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오전 1시 25분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부산행 버스는 오전 5시 34분 승객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23.8km 지점에서 적발됐는데, 측정결과 기사 B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5%의 만취 상태였으며 심지어 2017년에 면허가 취소된 무면허 상태로 확인됐다.
버스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운수회사가 소속 기사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3년간 기록하게 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으로 기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이른 시간 운행의 경우엔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있어도 기사로 재취업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가 없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마을버스의 경우 취업이 어렵지 않으며, 시내버스 역시 음주 경력자의 취업이 아예 원천봉쇄된 것이 아니므로 사내 추천이나 인맥을 활용해 입사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고도 덧붙였다.
기사 음주 사실, 사전에 적발해도 해고 어려워…왜?
현행법상 운수회사가 운행 전 기사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되거나, 최대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어있다. 하지만 회사가 선제적으로 기사 음주 측정을 성실히 이행해도 음주 적발 기사를 해고하기가 어렵다고 업체 관계자는 설명한다.
지난 2017년 서울의 한 운수회사는 1년 새 두 차례 음주 사실이 적발된 기사를 자체적으로 해고했으나, 해당 기사가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부당징계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 기사의 음주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해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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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버스 음주사고는 74건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에 대한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한편 경찰은 제2 윤창호법 시행을 계기로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고 있고,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운전기사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음주 측정이 이뤄지는 만큼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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