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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대표이사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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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시가총액 3조~4조원을 오가 던 한 코스닥 상장 제약기업이 시장에서 뭇매를 맞았다. 미국 시판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신약 임상 3상 '톱라인' 결과 중 일부를 대표이사가 직접 주주들에게 공개하면서다. 성공을 예상했던 시장과 달리 임상 3상 데이터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이사는 이 데이터값을 전하면서 '지연'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실패'로 받아들였다. 회사 안팎에서는 굳이 좋지 않은 중간 결과를 알릴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주주와 했던 6월 말 공개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3상 임상 데이터값을 세세히 알렸다.


주가는 즉시 곤두박질쳤다. 주당 7만원 이상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발표 당일 30.00%, 이튿날 29.96% 급락했다. 단 이틀 만에 주가는 반 토막 났다. 파급효과도 컸다. 코스닥시장 대표 제약기업이었던 탓에 충격은 유사 제약기업으로 급속하게 확산했다. 단 며칠 동안 상장 제약기업의 가치는 10조원 이상 증발했다.

주주와의 약속 이행을 택한 그의 결정에 무수한 비판이 이어졌다. 오는 9월 말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공식 발표할 최종 데이터의 일부를 굳이 주주들과 약속을 지키겠다며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섣부른 발표였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비판은 임상 데이터 공개 직전 기승을 부린 공매도와 대표이사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억측으로 이어졌다.


그의 선택은 미숙했던 것일까. 불리한 정보를 묵혀두는 임기응변이 필요했을까. 사실 이 같은 상황에서 '약속'을 택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상당수의 기업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회피'를 선택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는 주주 호소문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이러한 정직함을 유지해주기 바란다. 향후 투자가들이 회사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외국계 투자회사 책임자의 답변을 전했다. 그는 오늘도 수십 퍼센트의 투자 손실을 확정한 주주들로부터 욕설을 듣고 있을지 모른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만큼 그가 경영하는 기업은 오랜 기간 주주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지속 가능성에 위기를 겪으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오래 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지금까지 주주와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가고 있는 것 같다. 위기에 처한 이 제약기업의 미래가 어떠할지 궁금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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