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자라면서 다친 곳

부러지고 끊어지고 꺾인 곳

저마다 선명하게 기록되어

제자리에서 소리를 내고

불꽃을 튀긴다

긁히고 팬 자리

돌 박힌 자리

어김없이 튀는 전축 바늘

기압과 온도와 습도는

과학적으로 나의 통증을 깨워 내고

시간의 꽃을 피운다


아픈 곳은 언제나 기억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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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신경통/허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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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력(來歷)'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경로나 경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말뜻 그대로라면, 이런 말은 없지만 그리고 '이력(履歷)'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차라리 '과력(過歷)'이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도 왜 지나간 시간을 두고 굳이 '내(來)' 자를 쓰는 걸까? 모를 일이다. 다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살아온 시간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후의 시간들 속에 깃든다는 맥락에서 일부러 '내(來)' 자를 불러들인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아프다. "아픈 곳"은 단지 흘러가 버린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와 더불어 현재에 내재한 과거를 겹으로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그러니 아플 밖에.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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