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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소신 "국민의 힘으로 고비 넘긴 우리, 난민에게 좋은 길잡이"

최종수정 2019.06.21 07:10 기사입력 2019.06.2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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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공개
"난민에 대한 이해 깊지 않아 우려 목소리 나와...정확한 정보 제공해 성숙한 담론 기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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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난민 문제를 통해 인간이 지구상에 만든 불합리한 정치적 상황이나 폭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엔난민기구 친선 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46)씨의 소신이다.


정씨는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공개했다. 지난 5년간 해외 난민촌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을 엮은 책이다. 그는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 사절이 됐다. 네팔을 시작으로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 말레이시아 등을 차례로 방문해 난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들의 열악한 삶을 널리 알렸다.

정씨는 이날 청중 500여 명 앞에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달 다시 찾은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로힝야족은 지구촌에서 가장 불행하다. 많은 난민이 전쟁이 끝나면 귀향하겠다고 하지만, 고국이라고 생각한 나라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그들은 어떤 희망을 얘기해야 할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로힝야족은 2017년 여름 미얀마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70만 명가량이 국경을 넘었다. 이미 30만 명이 자리를 잡은 쿠투팔롱으로 몰려들어 인구 100만 명의 판잣집 도시를 형성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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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과거 한국과 현재 난민의 상황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역설했다. 그는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과 냉전 체제다. 대한민국이 겪은 현대사의 아픔과 맥락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그런 어려움을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기 때문에 난민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씨는 1년 전 내전을 피해 제주도를 찾은 예멘 난민 500여 명을 옹호해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그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서 놀랐지만, 그 이유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우려하는 이유가 대부분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서였다”며 “정확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 담론을 성숙하게 이끌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책을 펴낸 이유다. 정씨는 “감성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배제했다. 난민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 독자들을 잇는 소통창구가 되길 바라면서 썼다”면서 “관심을 가지고 이해한다면 실천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난민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강요하려고 책을 낸 건은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난민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들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그 간극을 좁혀야 성숙한 담론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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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주관은 경험에서 기인한다. 정씨는 난민을 만날수록 이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전이나 폭압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의미다. 그는 “난민을 보편화한 성향으로 도식화해서 그들 전체가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집단이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난민을 우리나라에서 보호하게 되면 우리나라 법체계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고국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존감을 지키며 나중에 돌아갈 희망을 품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이번 책과 관련해 “정우성씨가 난민과의 연대와 보호에 대한 원칙과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보여준 용기와 헌신, 책임감에 존경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정씨의 강연을 지켜본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도 “난민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정우성씨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정씨는 2015년 6월부터 시작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굳건함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할 수만 있다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오래 하고 싶다. 유엔난민기구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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