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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김제동 강연료와 지식 가치평가

최종수정 2019.06.18 12:00 기사입력 2019.06.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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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는 김제동씨가 받는다는 고액 강연료로 시끌시끌하다. 그는 대전 대덕구청에서, 논산에서, 아산에서, 서울 동작구에서 1회에 1500만~1600만원 정도를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강연 한 시간에 800만원쯤 되는 셈이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60분, 한 시간 기준으로 강의하는 보통 대학 강사들의 시급은 국내 사립대 기준으로 5만2000원 수준. 154배 차이가 난다.


강의하는 박사 학위 소지자 강사 한 사람과 유명 방송인의 강연 가치 평가 차이가 154배라는 팩트는 지금 무엇을 말해주려 하는가?

먼저 강연, 강의시장의 실상을 둘러보자. 놀랍게도 우리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강연료 조견표가 존재한다. 조견표는 크게 보아 A, B, C급으로 초청 강사 강연료를 분류해놓고 있다. 현재 조견표 시세로 보면 A그룹에서도 특상급인 A+쯤 되는 영역의 인사에게는 1회 3000만원 지급이 가능하다. 별안간 강연 재벌로 뉴스 메이커가 된 김제동씨보다 강연료가 2배인 성층권도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 하면 역시 유명한 방송인 A씨다. A씨가 3000만원을 받아야 하는 산정 기준은 방송 출연료와 연동돼 있다. 특정 프로그램 한 편에 한 시간 출연해 받는 몸값이 5000만원이므로 이에 준해 강연료 금액을 지정한다는 설명이다. 2000만원을 깎는 근거는 딱히 없다. 지방정부 어느 한 곳에서 초청 강연 1회에 3000만원으로 협상해 지급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냥 그대로 시가가 돼버리는 방식이다.


또 다른 사례로 C급 강사 지급료 체계가 있다. 천만 영화를 내놓은 유명 감독이 보여주는 경우다.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강연료 선정 참고 사례가 궁색한 편인데 결국 최초 강연 사례가 고민 해결을 해준 모양새다. 과정은 이렇다. 맨 처음 어느 공공기관의 교육 프로그램 섭외 담당자가 감독 측과 통화해 물어본다. 최근에 비슷한 자리에서 강연료를 얼마 받는지를 확인해 500만~600만원이라는 대답을 받으면 그게 곧 가격 책정이 된다.


이처럼 흥정하는 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하나 달아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옆 동네마다 알아차리고 그분에게는 그 강연료로 맞춰주면 그만이다. 천만 영화감독이라는 유명세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한번 고정해두면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 게 지방정부 강연료 조견표인 데다 누구 하나 나서서 조견표를 건드리지 않는 게 또 이 바닥의 불문율이니까.

이렇듯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 조견표가 교육 예산 담당관에게 큰 도움을 주는 사이, 강연 말고 강의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제로 페이 광풍이 불고 있다. 한 과목의 강의 한 시간에 4만원도 받고 5만원도 받아오던 대학 강사들을 내치고 대학들이 줄줄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2학기 교육부가 몰아붙인 신(新)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대부분은 강사 공채와 이에 따른 인건비 인상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강의 축소, 전임 교원 시수 확대 조치라는 자구책으로 이미 재정 적자, 마이너스 역성장에 들어선 학교 지키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19년 1학기에만 전국 196개 대학이 총 6655개 강좌를 없앴다고 전한다. 분석에 따르면 오는 8월이 되면 4년제 대학에서만 시간강사 5500명 정도가 구조조정돼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많게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뮬레이션도 있다.


고액 강연료와 제로 페이 강의가 이렇듯 극명한 대조를 나타내는 현실이다. 그들이 애용하는 초청 강사 조견표로는 A급이 1500만~3000만원이고 C급만 해도 500만~600만원이니 대학 강사들은 일부 국립대가 X급, 사립대가 Y급이 될 테고 그 바깥의, 조견표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1만여명의 인력은 1회 1시간 강의할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제로 페이의 Z급이 돼버리는 기막힌 실태다.


김제동씨가 서울역에 가서 기차 타고 이동해 하루 한나절 시간을 사용하는 값이 1600만원쯤 되는 현실은 너무나 당연한 정글의 법칙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강연료와 같은 가치 평가는 철저히 수급 상황에 따르게 마련이다. 돈이 많이 남는 대기업이라면 김제동씨에게 한 시간에 1억원도 줄 수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유명 강사가 와서 생생한 셀러브리티 생활 백서를 갖고 토킹할 수 있으니 뭔가 자극이 필요한 청중에게는 최고의 킬러 콘텐츠로 각광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공공 부문에서 나가는 돈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고 서로 커닝하며 돌리는 조견표가 얼토당토않다는 것은 세금 내는 시민, 구민, 군민들은 죄다 느낀다. 등록금을 내고 비싼 원룸 임대료를 감내해야 하는 학생들 누구라도 제로 페이의 Z급 강사라는 기이한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


대덕구, 논산시, 아산시, 동작구 주민들, 그분들이 몰라서 그렇지 세금 갖고 눈먼 돈 잔치를 하는 가소로운 지식 가치 평가에 오냐오냐할 리 없다. 자기 자신, 우리 삼촌, 아들딸이 고생해서 박사 학위 받아 기껏 제로 페이의 Z급 캠퍼스 유령이 돼가는데, 한편으론 연예인을 초청해 벌이는 이벤트ㆍ선거용 행사에 수천만 원씩 들이붓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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