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원힐링센터, 임종체험- 삶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의미를 찾는 일
임종체험에 참가한 시민이 유언을 낭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후회 없는 삶을 살았는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하는 순간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우리는 죽음을 쉽게 말하지만 깊게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짜증나 죽겠어’, ‘배고파 죽겠어’ 투정 섞인 말들을 내뱉는다. 그러나 막상 인생의 끝인 ‘죽음’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기자는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효원힐링센터를 찾았다. 40여명이 임종체험을 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중학생이 가장 많았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중학교 한 학급이 참여했단다. 20대 연인도, 50대 학부모도 함께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죽음을 체험해보기 위해 모인 셈이다. 체험은 영정사진 촬영부터 시작했다. 평생 증명사진만 찍다가 난생 처음 영정사진을 찍는 그들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유언장 작성 및 낭독 시간이 왔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 지난날의 후회 등 진심이 담긴 유언들이 나왔다. 14살의 중학생은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며 무거운 말을 꺼냈다. 10초 이상 정적이 이어졌다. 뒤이어 그는 “엄마, 나 엄마 딸이야. 나 사실 엄마 많이 미워했어. 죽는다니 안 좋은 기억만 생각난다. 엄마도 죽을 때 (나에 대한) 안 좋은 생각만 날까봐 그게 제일 미안해”라고 말했다. 죽음 앞 10대의 솔직한 고백에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어둠 속 촛불이 꺼지고 40여명 참가자들이 수의를 입은 뒤 관 속에 들어갔다.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갖고 다시 살아갈지 생각하는 시간입니다”라는 센터장의 말이 들렸다. 10분 뒤 참가자들은 입관체험을 끝내고 허심탄회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의지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죽음을 말하기 어려운 사회입니다. 죽음은 무섭고 우울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예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임종체험은 삶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의미를 찾는 일입니다” 임종체험 전 정용문 효원힐링센터장의 강의에 나온 말이다.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 이것이 임종체험에서 얻는 교훈이 아닐까.
사진·글=문호남 기자 munonam@
죽음 관련 강의를 듣는 시민 뒤로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우물쭈물 하다 인생 다 갑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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