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인천 IP5 회의 주도 ‘공동선언문’ 채택…한국 위상 제고

[아시아경제(인천) 정일웅 기자] 우리나라 특허청이 특허 선진5개국(Intellectual Property 5·이하 IP5) 특허청장 회의를 주도, 글로벌 특허시스템 개선을 위한 다자간 ‘공동선언문’ 채택을 이끌어냈다. IP5는 2007년 출범한 협력체로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이 참여해 세계 특허제도의 발전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허청은 13일 인천 송도에서 ‘제12차 IP5 청장회의’를 갖고 세계 5대 특허청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국제사회에 가져올 변화에 대응해 글로벌 특허시스템을 함께 개선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열린 IP5 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논의를 주도해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인공지능 심사기준 조화 및 특허행정 등에 인공지능·신기술 활용 방안 마련 ▲미국 내 특허출원 부담 완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특허분류 국제표준 반영 등의 성과를 도출함으로써 IP5 회원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허청은 13일 인천 송도에서 ‘제12차 특허 선진5개국(Intellectual Property 5) 특허청장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원주 특허청장(왼쪽 세 번째), 미국 안드레이 이안쿠 특허청장(왼쪽 다섯 번째), 일본 무나카타 나오코 특허청장(왼쪽 두 번째), 중국 션창위 특허청장(왼쪽 네 번째), 유럽연 안토니오 깜피노스 특허청장(왼쪽 첫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선 IP5 각국 특허청장은 회의에서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 출범에 전원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IP5는 각국 특허제도 전문가와 정보통신 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하 IT)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2년간 활동케 하고 향후 5개 특허청이 인공지능 발명에 관한 특허심사 기준을 상호 조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또 특허심사 등 특허행정에 신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포함한 ‘IP5 협력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IP5는 이번 회의에선 회원국별 특허 수요자의 미국 내 특허출원 부담도 줄였다. 산업계가 장기간 개선을 요구해 온 ‘선행기술제출 간소화’ 과제의 해결방안을 승인하면서다. 이전에 산업계에선 한국 등 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라도 미국 특허청에 선행기술 정보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특허를 인정받을 수 없는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여기에 정보제출 때마다 평균 300달러 남짓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점도 특허 수요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허청은 13일 인천 송도에서 ‘제12차 특허 선진5개국(Intellectual Property 5) 특허청장 회의’를 갖고 글로벌 특허시스템 개선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이날 의장국의 지위에서 회의를 주도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행기술 정보제출을 각국 특허청 간 전자적 교환방식으로 대체(승인), 특허 수요자가 이미 등록한 특허를 미국에서도 자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IP5는 이러한 내용의 IT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할 예정으로 시스템 운용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미국 내 특허등록에 따른 비용과 시간도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P5는 인천 송도 회의에서 ‘국제특허분류(IPC) 체계’가 반영된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국제특허분류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혁신 트렌드를 반영, 신기술 분야의 특허 분류를 개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3D프린팅,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기존에 없던 신기술 분야를 새롭게 지정·분류함으로써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용자의 특허정보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현 시점에 한국이 세계 4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 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은 지식재산권 분야가 유일하다”며 “특히 올해 열린 IP5 회의는 우리나라 특허청이 의장국의 지위에서 세계 특허제도의 발전방향을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허청은 이번 회의에서 도출한 성과를 토대로 한국이 명실상부한 지식재산 강국으로 자리매김, 글로벌 특허시스템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또 우리 기업이 국내는 물론 IP5 국가에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예측 가능성 있게 특허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