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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자유한국당의 진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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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스스로 '보수꼴통'이라고 말하는 작가 이문열씨를 만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상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수집권 9년의 반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실패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보수 9년의 반성이다. 무엇이 보수집권 9년을 망쳤는지 제대로 성찰하는 것은 환골탈태의 시작이다.


한국당은 현재 위기의 정당이다. 황 대표 체제 출범 후 장외투쟁이라는 동력을 활용해 조직을 어느 정도 추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실제로 한국당은 보수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어야 할 중산층 이상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6월 첫째 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은 상대적으로 한국의 부자들이라 할 수 있는 생활수준 중상 이상의 계층에서 17%, 중 21%, 중하 22%, 하 35%다.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45%, 43%, 38%, 26%다.


생활수준 하위 계층에서만 민주당보다 높았을 뿐 나머지 모든 계층에서 뒤져 있다. 특히 부자들 사이에서의 지지율 격차는 28%포인트다. 지지율보다 지지율 격차가 더 크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한국당이 부자들이 외면하고 가난한 국민들이 지지하는 서민정당이었나? 문재인 정부 이전에도 그랬나? 박근혜 정부가 3년 차로 접어들던 2015년 2월 마지막 주 갤럽조사를 살펴봤다.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당시 상ㆍ중상 계층에서 가장 높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0%. 29%포인트의 격차로 새정치연합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은 이때 모든 계층에서 새정치연합을 압도했다. 하위계층에서도 43%. 새정치연합보다 20%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는 중상 이상의 계층에서 가장 컸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 4월 총선을 전후해 변한다. 중산층 이상의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으면서 2대 야당(민주당ㆍ국민의 당)의 합계 지지율보다 낮아졌다.


결론적으로 한국당은 2016년 총선 전후로 시작된 전통적인 지지층의 이탈을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가 가시화된 이 시점에도 시장경제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상위 소득계층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당의 진정한 위기다.


자유와 시장경제, 경쟁이라는 보수적 정체성을 재확립해서 강력한 대안정당임을 설득해나가는 일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이 현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들과 기업에 대한 압박,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역학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으로 유턴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과연 무엇이 부족한가. 아마 이문열 작가도 그런 지적을 했을 것이다. '인적쇄신'. 한국 정당잔혹사에 항상 등장하는 게 인적쇄신과 그 후유증이다. 그릇된 인위적 사람 교체는 반드시 후폭풍을 몰고 온다. 새누리당의 붕괴와 대통령 탄핵까지의 일련의 사태는 무리하게 자기 사람을 심고자 했던 그릇된 공천 과정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에 의한 인적쇄신과 광범위한 인재 등용이 가시화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수꼴통이라도 이문열 작가 같은 보수꼴통들을 찾아내 전면에 내세운다면 지평이 달라질 것이다. 친박신당에 대처하는 방법도 이것 외에는 없다.


비교적 삶에 여유 있고 교육 수준이나 사회적 경험이 많을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에게 '경제'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정치혁신에 비해 오히려 소소한 과제일 수 있다. 좌파프레임, 남북문제, 소득주도성장 필패론 등에 매몰될 경우 한국당은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신선함, 새로움. 이것이 정답이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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