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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7000불 먹었다. 왕건이 하나 건졌다"…키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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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검찰의 은행 직원 통화기록 수사보고서

"7만7000불 먹었다. 왕건이 하나 건졌다"…키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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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7만7000불 먹었다. 왕건이(왕건더기) 하나 건졌다."


한 시중은행 직원들이 과거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를 판매하면서 나눈 대화 중 한 대목이다. 2010년에 검찰은 관련 통화를 확인했고, 일단 은행이 키코의 마진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판매한 흔적이 있다고 봤다.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이 녹취록을 '숨겨진 수수료' 혹은 키코 계약의 사기성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적시한 바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당시 위원장이었다.

금감원은 이달 중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키코 사태의 또 다른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분쟁 조정 대상이 될 지 의문스럽다"고 발언해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사법부는 은행들의 키코 판매가 사기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부 불완전판매 책임만을 물었다. 하지만 이른바 '사법농단' 문건에 키코가 언급되면서 당시 재판들의 신뢰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2014년 검찰에 정보공개를 요구해 받은 이 녹취록 수사 자료에는 키코 판매 당시 문제점과 검찰의 1차적 판단이 담겨 있다.

'제로코스트(zero cost)'와 관련해, 검찰은 "한 달마다 풋(put)을 사고 콜(call) 두 개를 판다, 초기 평가값이 제로(zero)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의 은행 직원들 간 대화를 적시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외환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혼합한 상품이다.


이와 관련 금융행정혁신위는 "중소기업들에게 환 헤지(hedge) 상품이라고 판매했으나, 투기성이 과다하고 위험이 기업 측에 과도하게 비대칭적으로 분포된 금융상품"이라며 "은행은 상품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감독당국 역시 이를 제대로 감독 제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또 관련 녹취록을 들어 "은행은 선물환으로 인한 마진보다 키코가 훨씬 더 많이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키코를 판매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했다.


지점 심사역이 본점 딜러에게 수출보험공사가 취급하는 환변동보험에 대해 문의하자 은행이 취급하는 것보다 불리한 구조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환변동보험은 정부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마련한 상품이며 은행에서 취급하는 마진에 비해 저렴한데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대답을 해줬다"고 했다.


키코 판매와 관련된 접대 정황들도 파악됐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딜(거래)을 찍고서 한 달 후에 술 먹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지원은 얼마든지 해주겠다"는 등 통화 내용이다.


검찰은 "본점 딜러들은 키코 계약 완료에 대한 답례로 지점 심사역 및 기업 계약 실무자에 대한 접대가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그 접대 비용은 본점이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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