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이 키운 달러보험 인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늘자
안전자산 달러 투자 늘어
보험사들 앞다퉈 상품 확장

금리 높고 이자수익 세제 혜택
단기 환차익 투자는 주의해야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올해 초 111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80원대로 오르면서 '달러'와 '보험'의 장점을 합친 달러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달러에 투자하는 동시에 각종 보장 혜택도 얻을 수 있는 달러보험의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은 3일 '무배당 달러평생보장보험' 가입 고객들의 사망보장금액 증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배당 달러정기특약'과 '무배당 달러가족수입특약'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달러평생보장보험'은 효과적인 사망보장 및 노후소득선지급, 연금전환특약을 통해 은퇴자금으로의 활용이 가능한 종신보험으로 최근 달러 강세 기조에 따라 올 4월까지 누적판매건수 3500건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이 외화 통장이나 달러가 없어도 원화로 가입 가능한 달러저축보험 '원화 내고 달러 모아 저축보험'을 선보였다. AIA생명이 2009년 출시한 달러보험 '무배당 골든타임 연금보험'은 출시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최근 더 빛을 보고 있다. 올 들어 월 평균 500억원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내고 있고, 1분기 동안에만 1400억원 가량 팔리며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세배가량 늘었다.

달러보험 인기몰이에 국내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 출시에 나섰다. 하나생명은 지난달 말 보험료 납입부터 적립금 인출까지 모든 지급이 달러로 이뤄지는 달러 ELS(주가연계증권) 기초 변액저축보험을 출시했다. 하나은행 한곳에서만 팔고 있지만 반응이 좋자 월 판매 목표치를 당초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였다.

최근 달러보험의 인기는 환율 상승으로 가치가 커진 달러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함께 미·중 무역협상 갈등,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의 안전자산 특성이 주목 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과거 고액 일시납 상품 위주에서 소액 월납이 가능해지거나 추가납입·중도인출 등으로 대중성이 높아진 점도 한몫한다.

무엇보다 달러예금 등 다른 달러 금융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세금 혜택을 무시할 수 없다. 시중은행들의 달러예금 평균 금리는 1.5~1.8% 수준이나 달러 저축성보험은 보통 3%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10년 이상 보험을 유지하면 이자수익 비과세도 가능해 과세되는 달러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달러보험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보험 상품 성격으로 자금이 상당 기간 묶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0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과 약속한 공시이율을 받을 수 있고 만약 유지를 못할시에는 중도해지수수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달러보험의 인기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차익을 노린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