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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인데 가격은 그대로…북한 쌀값 미스테리 [스케치北]

최종수정 2019.06.02 00:52 기사입력 2019.06.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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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에도 안정세 유지하는 식량값…어떻게 설명되나
① 대북제재로 주민 소득 감소→쌀 수요도 감소한 탓
② 쌀값은 위안화와 연동…북·중 환율 그대로라 쌀값도 그대로
과일 수입 늘어난 건 극소수 부유층 수요…계층 다원화 결과

식량난인데 가격은 그대로…북한 쌀값 미스테리 [스케치北]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식량난을 겪다는데 북한 시장에서 쌀값은 변동이 없다. 수확 부족으로 공급이 모자라면 가격이 올라야하지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정권의 식량 지원 호소는 기만이며, 지원된 식량이 북한 정권 유지에 악용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식량난이 역대 최악은 아니더라도 10년새 최악의 수준을 맞이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식량난-쌀값 안정세'가 병존하는 '미스테리'는 ▲주민 소득하락으로 인한 북한 내 쌀 수요 감소, ▲쌀값의 중국 위안화 연동 등으로 설명된다.


한 품목의 생산량이 줄어 시장 공급이 줄어들었다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 이는 수요가 예전과 동일하다는 전제 아래서다. 공급이 줄어든만큼 수요도 줄어든다면 가격도 변동이 없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처럼 북한 쌀값의 안정을 '쌀 수요 감소'로 설명한다. 그는 30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의 식량현황 평가 및 대북지원 정책의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전 경제활동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경제 위축에 따라 주민 소득이 감소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그에 따라 쌀에 대한 수요, 구매력이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최근 지속되는 가물(가뭄) 현상으로 일부 도시군들의 많은 포전(밭)에서 밀, 보리 잎이 마르고 강냉이(옥수수) 포기가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황해남도 배천군 수원농장의 농부들이 밭에 물을 주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최근 지속되는 가물(가뭄) 현상으로 일부 도시군들의 많은 포전(밭)에서 밀, 보리 잎이 마르고 강냉이(옥수수) 포기가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황해남도 배천군 수원농장의 농부들이 밭에 물을 주고 있다.



북한 쌀값이 중국 쌀값과 환율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북한 장마당(시장)에서의 쌀값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아닌, 중국산 쌀값 변동과 중국돈과 북한돈의 환율 변동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북한 시장에서 파는 쌀의 시장가격은 수입된 중국 쌀이 기준이 되는데, 이 중국 쌀값은 위안화와 연동된다는 것이다. 즉 북한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변동이 없다면 시장의 중국 쌀값이 변동이 없고, 결국 시장 쌀값도 변동이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북한은 식량난에도 과일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이 역시 '북한의 식량난은 거짓'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소비자 계층이 다원화된 영향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대다수 주민은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지만 일부 극소수 계층은 이와 무관하게 일종의 사치품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도 빈부격차에 따라 소비 패턴이 다양화됐다"면서 "부유층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도 과일과 같은 제품의 수입을 지속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국 과일·견과류 수입액은 2017년 6373만 달러에서 2018년 8247만 달러로 늘었다. 감귤, 사과, 바나나 순으로 수입량이 많았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북한의 식량 현황 평가 및 대북 지원 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북한의 식량 현황 평가 및 대북 지원 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으로,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부로부터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유엔 조사 결과가 지난 3일 공개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2018년 11월∼2019년 10월)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은 136만t이다.


보고서는 올해 식량 생산량을 417만t으로 전망했으며, 올해 식량 수요는 576만t이어서 부족량은 159만t으로 집계됐다.


올해 식량 수요를 충족하려면 159만t을 수입해야 하는데 현재 계획된 수입량 20만t, 국제기구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2만1200t을 고려해도 136만t이 부족한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식량 배급량이 2018년 1인당 하루 380g에서 2019년 300g으로 줄었으며, 일반적으로 배급량이 다른 계절보다 낮은 7∼9월에는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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