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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경쟁저해자? 경쟁주창자?

최종수정 2019.05.29 12:00 기사입력 2019.05.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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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대 경쟁법센터 공동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공동 주최자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종합토론에서 토론자로 나선 것이다. 주제는 '현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대부분 토론회에서 주최 기관장은 인사말이나 기조연설자로 참여하고 토론은 제3자인 전문가들이 진행한다.

형식을 파괴하는, 참신하면서 동시에 용감한 시도다. 기관장이 뒤에 숨어 있지 않고 토론자로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평생을 경쟁 정책을 연구해온 학자로서의 식견과 소신, 2년여에 걸친 행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굳이 비판적인 견해를 듣겠다면 그 자리가 공개토론회여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피규제자가 공개 행사에서 규제자에게 속에 있는 마음까지 털어놓기란 결코 쉽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토론회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김 위원장이 박 회장의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다면 그와 독대를 해서 90%는 듣고 10%만 말하는 '진심' 교류회를 해야 했을 것이다.


토론회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정위를 '경쟁제한자'로 규정했다. 공정위가 경쟁옹호자로서 경제 부처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정기관이나 경쟁제한자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맞서 "경쟁 당국의 업무 범위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다"면서 "공정위가 좁은 의미의 경쟁주창자 역할과 함께 재벌 개혁과 갑질 근절에도 나서야 한다"고 한국적 특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국제경쟁네트워크 연차총회에서 콜롬비아 대통령이 우리나라 공정위 업무보다 훨씬 많은 주제를 이야기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경쟁주창자라는 표현은 생경하다.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더 의아한 것은 왜 굳이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도 아닌데 개발도상국인 콜롬비아 사례를 들었을까 하는 점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 현재의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넓은 영역에 개입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사실 재벌 개혁이나 갑질 근절이라는 업무는 선진 시장경제 경쟁 당국에는 생소한 개념이다. 그럼에도 이를 정당화해야 하니 '한국 자본주의 특수성에 기인한 불가피한 정책'으로 설명한다.


경쟁 정책을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제력 집중, 기업집단, 오너 경영,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 불공정 등 공정위가 현재 다루는 모든 문제가 진정으로 한국적 특수 현상인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다른 선진 시장경제 국가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아니면 과거 발전 과정에서 나타났다가 경쟁 당국의 개입으로 이제는 사라진 일탈적, 일시적 현상이었다면 한국적 특수성은 배제돼야 한다.


한국의 경쟁 당국이 출범 이래 한 번이라도 보편성과 특수성 이슈를 심각히 검증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시장경제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보편적 문제에 대해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하고 있다면 경쟁을 제한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기업이 정체되면 경제는 몰락한다.


이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김 위원장이다. 대한민국에 그를 능가할 경쟁 정책 연구자는 없다. 공정경제는 문재인 정부를 넘어 한국 경제의 근원적인 국가 과제다. 스스로 보수에서도, 진보에서도 비판받는 길을 걷겠다고 했다. 그 첫 번째가 공정위의 정책과 업무 전반을 정파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재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과거 30년 공정거래 정책의 틀 전체를 리뉴얼하겠다는 자세로 말이다. 향후 3년이 아닌 30년 과제에 대한 도전을 기대해본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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