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피의사실공표 처벌 '0건'…'수사공보 법률' 제정 권고"
'수사공보준칙'으로 피의사실공표죄 사문화
피의자 압박·유죄 심증·망신주기식 보도로 심각한 인권 침해
지난 10년간 피의사실공표 사건 347건이 접수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지난 6개월동안 진행한 피의사실공표의 실태와 문제점 조사에 대한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상 사문화한 피의사실공표죄를 엄격히 적용하고, 인권 침해 등 심각한 피해를 낳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는 법률로 제정해 더이상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사위가 발표한 피의사실공표 사건 접수 및 처리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적게는 8건, 많게는 46건의 피의사실공표 사건이 접수됐지만 기소는 한건도 없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을 담은 언론보도가 수사기관을 출처로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현행 형법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미명하에 '예외적 공보사유'를 마련해, 사실상 피의사실공표죄 조항이 사문화됐다는 분석이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는 공식적 수사공보를 통한 경우와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알리는 경우 2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수사공보의 경우 현실적으로 아무런 제제 없이 행정 규칙 등 내부 지침에 의해 운용되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알리는 경우에도 언론은 '취재원 보호'를 내세워 책임 추궁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수사절차와 내용이 지나치게 상세하게 공표돼 심각한 인권 침해를 낳은 사례로 2003년 송두율 국가보안법위반사건,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2013년 이석기 국가보안법위반사건,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사건 등을 들었다.
과거사위는 수사기관이 위법한 공표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국민에게 유죄의 심증을 심어줘 재판결과를 불신하게 한다는 점, 망신주기식 보도로 피의자 및 그 가족에게 미치는 정신적 고통과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의사실 공표죄를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의사실공표로 당사자가 받을 불이익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언론보도 자유의 보장 측면에서 양자의 법익을 조화롭게 양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피의사실공표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편 공소 제기 전이라도 반드시 공보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 입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두는 대안을 제시했다. 법률상 범죄로 규정된 피의사실공표죄가 존재함에도 수사기관에 의한 공보방식으로 피의사실공표를 허용하는 수사공보준칙을 둔 것은 법체계상 심각한 문제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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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는 법무부, 행정안전부를 포함하는 범정부 차원의 '수사공보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훈령 수준의 현행 공보규정을 폐지하고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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