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대미 직접적 대화 창구 닫은 북한
기자문답·회견·고발장 등 통해 입장 피력
"협상테이블 밖에서 자기입장 알리는 것"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한국·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 창구를 닫아놓고 있는 가운데 북한 매체의 기자문답·기자회견이라는 방식을 통해 대남·대미 상호작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 2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기자문답을 통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앞서 5일에는 남북장령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와의 기자문답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3월 15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평양에서 외교관들과 해외 취재진을 모아 긴급 회견을 열고 미국의 비핵화 협상 태도를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협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셈법 변화를 압박하는 차원의 공방이라고 본다"면서 "협상테이블 밖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 협상테이블에 나서고 있지는 않았만 향후 협상에서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온라인 매체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정권 홍보를 통한 정상국가화 시도와 연계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이 인터넷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늘리고 있다"면서 "정권에 대한 홍보 활동의 측면도 있고 투자유치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상국가화 행보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언어정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 당국자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의 경우, 과거에 비해 정제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대외선전매체가 일방적 비방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차별화가 되고 있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모든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최고권위지이며, 조선중앙통신은 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북한의 국가통신사다.
최근 북한 매체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키워드로는 '자력갱생', 국가제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 등이 꼽혔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뜻하는 '병진', 과거로의 회귀를 시사하는 '복원' 등의 용어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진만큼, 이 협상 국면을 뒤엎을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한편 현재 북한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수는 약 50개로 추정된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매체를 포함해 무역·투자유치사이트 등 다양한 유형의 홈페이지가 개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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