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말대로라면 내년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게 된다. 40%를 넘어선다면 2009년 30%를 돌파한 이후 11년만에 10%포인트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경기활력과 고령화 사회 등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편성이 불가피하다"면서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40%선 돌파가 관심을 받는 것은 '전인미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40%가 국가재정의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할 뿐,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팩트'는 바뀌지 않는다.
국가채무비율 상승에 대한 우려는 '비율을 낮출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경제의 활력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나고, 이는 재정건전성을 다시 높일 수 있는 선순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국가채무비율이 전년보다 낮아진 적은 1997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세차례에 불과했다. 1997년 11.4%에서 출발한 국가채무비율은 2001년 17.7%에서 2002년 17.6%로 0.1%포인트 낮아졌고 2006년 29.3%에서 2007년 28.7%, 2008년 28.0%로 하락했다. 2009년에는 31.2%로 치솟은 후 2010년에는 31.0%로 떨어졌다. 나머지 기간에는 모두 전년대비 상승했다. 특히 두자릿수가 변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20%대에 진입한 후에는 10%대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30%대에서 20%대로 내려간 사례도 없었다. 결국 채무비율이 40%대로 오르게 되면 30%대로 되돌아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다.
재정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류에서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40%선을 밟게 되더라도 당장 우리 생활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단 40%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 또 다른 기준인 50%를 새로운 지지선으로 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재정악화는 처음엔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아도 갑자기 큰 부담을 다가온다"는 재정당국 관계자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한해 예산을 편성하면 수십조원을 국채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과감한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 활성화가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민간섹터의 숨통을 틔워주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당부한 것도 중장기 구조개혁이다. 재정만 부각해서는 제대로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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