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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유튜브는 등급규제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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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유튜브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들은 자유로운데 우리만 묶어 놓고 있으니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지난 24일 '5G시대 콘텐츠 공급 서비스 개선 방안 - 웹콘텐츠 산업 발전과 자체등급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입법세미나에 경청하러 온 콘텐츠 제작 업체들에서 터져 나온 말들이다. 음악 마케팅 첨병인 뮤직 비디오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유튜브에선 미국이든 영국이든 음원 제작사가 내놓는 뮤직 비디오가 지체 없이 원하는 이용자에게 도달하게 된다. 음원이 발표되고 뮤직 비디오가 선보이고 온라인 플랫폼 또는 오프라인 패키지 유통에서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이 끊임없이 원활하게 진행된다.

반면 국내 산업은 연일 오작동과 병목 구간 상습 정체로 몸살이다. 콘텐츠 유통 시스템에서 벌어지고 있는 왕좌의 게임을 대비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국내 왕좌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상 포털 서비스에 올라가는 뮤지 비디오는 영상물 등급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1주일이고 열흘이고 묵혀두어야만 한다. 규제 장벽에 적전 분열, 포위되어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왕좌인 유튜브는 미국 본사와 해외에서 제작되어 국내 서비스되기 때문에 아무런 사전 규제 없이 곧장 따끈따끈한 뮤직 비디오 선물을 갖다 안긴다. 그러니 한국 콘텐츠, 플랫폼 대표와 글로벌 플랫폼 리더가 격돌한다는 소문난 잔치는 그냥 해프닝으로 종치게 마련이다.


한국의 어떤 중소 음원 회사가 어렵사리 뮤직 비디오를 내놓고 청소년 유해성 여부 등을 가리는 사실상의 행정 처분인 영상물 등급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은 악성 거래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똑 같은 종류의 영상물이 경쟁하는 환경에서 등급제도가 강제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공존한다는 기이한 상황이 버젓이 나타나는 셈이다.


이처럼 등급 분류가 늦어지고 영상물의 시장 공급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비용은 심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 때 해적판 영상물이 지하경제 루트로 시장에 먼저 유통되는 경우라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영상물 등급제 개선에 관해 신홍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등급분류제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도 있지만 반면에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요컨대 타법에 의해서 등급분류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고, 또한 강제 등급분류제는 오히려 거래비용을 늘리고 있으므로, 등급분류제는 목적 대비 수단의 측면에서 합목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뜯어보았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영화와 비디오물로 통칭하고 있는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 유통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등급제도 개선책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이에 관해서도 입법세미나 발표자 신 교수는 내용적으로 유사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방송프로그램, 영화, 비디오(뮤직비디오), 1인 방송 콘텐츠 등이 전부 다르게 취급되고 있는 실효성의 문제와 기회주의적 탈법행위를 꼬집었다. 심지어는 시장에서 가상현실(VR) 영화로 취급받는 '화이트 래빗'은 PC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게임으로 분류되어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을 받지 못해 개봉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콘텐츠, 5G 시내 뉴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입법세미나 참석자들은 규제의 대상을 확대하고 빈틈을 없애는 방안으로서 등급분류의 민간화를 통한 다원화에 대해서 격론을 벌였다. 논의는 주로 신뢰도가 높은 민간인에 의한 등급분류제를 새롭게 도입하고 영등위가 관여하는 공적 완충장치로서 등급분류창구를 유지한다는 하이브리드 성격 규제 혁파로 모아졌다. 등급 분류기준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고 비영리 법인을 선별하여 자체등급제를 허용하고 국가 기관은 사후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대안에 관해 집중적 토의가 이루어졌다.


논의를 통해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음악 영상물, 즉 뮤직비디오에 포함하여 영상물 자체등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폭넓은 공감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세계 콘텐츠&플랫폼 유통을 석권하고 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도전하는 왕좌 아마존과 애플이 가세하는 영상물 서비스시장에서 우리 미디어 기업의 위상과 전략을 가늠하게 해주는 치열한 공방도 오갔던 자리였다.


결국 5G 세계 상용화를 맨 처음 치고 나온 한국이라지만 영상물 등급제 혁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실속이 없을 거라는 강력한 예감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인공지능(AI) 영화와 같은 전 지구적 뉴 콘텐츠 유통과 산업 활성화가 무지막지한 코리아 패싱으로 치닫지 않도록 민간 자율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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