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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의 클래식 라운지] 클래식과 발레의 세계 주요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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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중 메이저 대회, 2020년 바르샤바 쇼팽 피아노 콩쿠르
주니어 대회인 스위스 로잔 콩쿠르의 위상은 시니어 대회를 앞서
두다멜 낳은 밤베르크 말러 콩쿠르, 진취적인 해석에 높은 가점

한정호 객원기자

한정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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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경쟁시험’을 뜻하는 불어 ‘콩쿠르’(concours)는 음악과 무용 장르에서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예술 역량을 순위로 매겨 시상하는 제도로 의미가 확장됐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은 2015년 우승해 유명세를 떨치고, 선우예권은 미국 최고 권위의 피아노 경연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2017년 우승해 국내에서도 새롭게 조명 받는다.


이 주 클래식 관계자들의 눈은 일제히 벨기에 브뤼셀로 향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오이스트라흐, 코간, 크레머의 우승과 입상으로 최고 권위를 이어온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결승에 돌입했다. 최종 결승 진출자 열두 명 중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송지원이 올라갔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 콩쿠르 세계 연맹(World Federation of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s, WFIMC)이 공인한 120여개 국제 대회 가운데 송지원은 이미 네 곳(중국?쇤필드?모차르트?윤이상)에서 우승했지만, 지명도가 더 높은 경연에 도전 중이다. 소수 음악 관계자들의 인정만으론 원하는 공연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환경 탓에 우량급 인재들이 자의반타의반 경쟁의 장에 뛰어 든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국제 경연 실황은 대부분 동영상으로 실시간 중계된다.

6월에는 모스크바에서 매 4년마다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개최된다. 아직까지 피아노, 바이올린 부문에 한국인 우승자를 허락하지 않은 대회다. 정명훈(1974년 2위),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이 피아노에서, 한국계 제니퍼 고(1994년 2위), 이지혜(2011년 3위)가 거둔 결과가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피아노 김도현, 바이올린 이수빈, 김동현이 1차 예선에 올랐다.


2011년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총책으로 임명되어 지난 두 대회 입상자 가운데 본인이 판단한 기대주에게 협연 기회를 전폭적으로 제공한다. 2회 우승자 아쉬케나지부터 가브릴로프, 플레트네프, 베레조프스키, 마추예프, 트리포노프에 이르는 우승자 면면은 대부분 러시아 참가자다. 대다수 음악 관계자들이 2001년생 러시아의 신예 알렉산더 말로페에프를 주목한다. 이미 향후 5년간 유명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협연이 예정됐고, 이번 대회를 ‘말로페예프의 대관식’으로 예측하는 공연 관계자도 많다.


반 클라이번이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부문을 제패하고 개선한 뒤 열린 연주회에서 고국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C) Van Cliburn Foundation

반 클라이번이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부문을 제패하고 개선한 뒤 열린 연주회에서 고국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C) Van Cliburn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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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중 메이저 대회는 2020년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피아노 콩쿠르다. 관객 뿐 아니라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모두 5년 만에 배출되는 새로운 우승자를 기다리고 협연대에 올린다. 대회 이념은 ‘쇼팽 피아노 음악의 진정한 해석’을 표방하지만 폴란드 출신 연주자의 정통 해석과 세계 각지에서 기량을 연마한 출전자들이 내세우는 현재적 쇼팽 사이에 표심이 갈린다. 1950-70년대 쇼팽 경연에 나온 아쉬케나지, 폴리니, 아르헤리치, 지메르만이 21세기 초반까지 건반계 최정점에 머물렀다. 아시아 출신에도 개방적이어서 베트남의 당 타이선, 중국의 윤디 리, 한국의 조성진이 왕좌에 올랐다. 대부분의 우승자들이 명문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하고 5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협연, 뉴욕 카네기홀 초청 독주회가 열리면서 자연스레 다음 대회 우승자가 탄생한다.

지휘에선 프랑스 브장송 콩쿠르, 독일 밤베르크 말러 콩쿠르의 입상자들이 주목받는다. 오자와 세이지 전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 요엘 레비 현 KBS 교항악단 음악감독을 배출한 브장송 대회의 명성은 과거에 비해 퇴색했지만 리오넬 브랑기에 취리히 톤할레 전 음악감독, 야마다 가즈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 등 신진 우승자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다시금 지휘 영재들이 모인다. 구스타보 두다멜 현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옥사나 리니프 그라츠 오페라 음악감독, 성시연 서울시향 부지휘자, 라하프 샤니 로테르담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를 배출한 밤베르크 말러 콩쿠르는 개성적이며 진취적인 해석에 높은 가점을 두어, 이곳 입상자들은 일류 악단에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다.


밤베르크 말러 콩쿠르 초대 대회 우승자 구스타보 두다멜(C)Lawrence K. Ho

밤베르크 말러 콩쿠르 초대 대회 우승자 구스타보 두다멜(C)Lawrence K.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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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성악 경연은 성악가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다. ‘스리 테너’ 시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3년 도밍고는 젊은 성악가 발굴을 취지로 본인이 오페라 지휘와 제작을 담당하는 LA 오페라에 집중적으로 이 대회 입상자들을 투입했다. 롤란도 비야손, 어윈 슈로트, 아이다 가리풀리나는 이 대회를 발판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함양했고, 김우경, 김건우 같은 한국 출신 가수들도 경연을 통해 국제 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다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야마하, 가와이 피아노의 생산지 일본 하마마츠에서 열리는 하마마츠 피아노 콩쿠르에 먼저 눈이 간다. 1991년 초대 대회 이후 매 3년마다 열리는 하마마츠 콩쿠르는 그동안 상위 입상한 라파우 블레하츠(2003년 2위), 조성진(2009년 1위)이 각각 2005년, 2015년 쇼팽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국제 음악계에 “예비 피아노 스타의 등용문”으로 정평이 났다. 2000년 임동혁(2위), 2006년 김태형(3위), 2019년 이혁(3위)이 입상했고, 일본은 아직까지 자국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달 25일부터 열리는 일본 센다이 콩쿠르는 바이올린 부문에서 저명 악단 악장이나 유럽 중요 대회 입상자를 먼저 선별한 심미안으로 각광 받는다. 서울시향 악장을 지낸 스베틀린 루세브, 부악장 신아라, 미네소타 심포니 악장 에린 키프가 이 대회에서 입상했다. 2010년에는 클라라 주미 강, 김봄소리, 김다미가 한꺼번에 수상했다. 또한 센다이 대회 피아노 부문은 2013년 선우예권, 2016년 김현정이 우승해 우리와 인연이 남다른 대회다. 특히 2위 안에 입상하면 병무청이 병역 특례를 인정하는 WFIMC 대회로 잔류해, 한국 남자 피아니스트들이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인다. 올해는 1차 예선 통과자 마흔세 명 가운데 열 명이나 되는 한국 남자 피아니스트들이 준우승 이상을 노린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 출전한 조성진 ? Chopin Piano competition

2015년 쇼팽 콩쿠르에 출전한 조성진 ? Chopin Piano compe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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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선 매년 1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주니어 대회인, 로잔 콩쿠르의 위상이 시니어 대회를 앞지른다. 경제 사회 분야의 전지구적 담론을 조망하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과 마찬가지로 발레에서 로잔 콩쿠르에 모이는 심사위원들이 세계 발레계를 이끄는 파워 엘리트들이다. 경연자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현재 역량보다 미래 가치와 발전 가능성에 주목해, 한 분야라도 특화된 영역이 있는 참가자들을 입상자로 뽑아 프로 발레단 연수를 주선한다. 전설적 발레리나에 다다른 알레산드라 페리를 비롯해, 영국이 사랑한 발레리나 다시 버셀, 알리나 코조카루(이상 로열 발레), 무용수 시절의 공로로 영국 기사 작위를 받은 쿠바 발레리노 카를로스 아코스타, 마린스키 발레에서 수퍼스타로 군림한 디아나 비시네바가 모두 이 대회 출신이다. 강수진, 서희, 박세은을 비롯해 강화혜, 최유희 등 한국인, 재일(在日) 한국인 발레 유망주들도 모두 로잔에서 부여한 특전으로 유학을 떠나 무용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


재연이 아닌 창작 분야인 작곡과 안무에선 일제히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대표 경연이 드물다. 복수의 심사 위원 사이의 관점과 주관 차이를 좁히거나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의 대안으로 자국의 저명 작곡가인 도루 다케미츠의 이름을 딴 작곡상을 제정해 매년 한 명의 심사위원이 당해연도 심사의 전권을 행사한다. 2018년은 진은숙, 2020년은 토마스 아데스, 2021년은 파스칼 뒤사팽이 심사한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과연 콩쿠르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가”는 심사의 공정성과 입상자의 향후 활동을 통해 증명된다. “콩쿠르가 일종의 필요악”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근육이 단련되듯, 먼훗날 젊은 날을 자성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는 효용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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