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30일 베이징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된다.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다음주까지 2차례 열리는 무역협상에서 결론을 내는게 목표다.
30일 미·중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므누신 장관이 이끄는 미국협상단이 베이징을 방문해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휘하는 중국측 협상단과 고위급협상을 재개한다. 이어 중국 협상단은 다음달 8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또 한 차례의 고위급 회담을 한다. 양국은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강압적 기술 이전, 비관세 장벽, 농업, 서비스, 구매 및 이행 등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공통적으로 '합의 도달'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협상 재개에 임하는 전략은 서로 상반된다. 미국은 중국의 대표적인 첨단기술 기업인 화웨이를 약점으로 쥐고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ㆍ국제정보통신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동맹국들이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경우 동맹국들과의 정보협력이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영국이 5G 관련 비핵심 기술 분야에서 화웨이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자 미국이 화웨이 배제 목소리를 더욱 키운 것이다. 미국은 협상 재개 전 주말인 지난 28일 해군 함정 2척을 대만해협에 보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 하는 '대만카드'도 손에 쥐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은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중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미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향후 2차례 협상에서 합의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지점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향후 2차례의 협상에서 중국과 결론을 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우리가 완결된 합의에 이르게 되면 실질적인 이행 조항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조항에 관한 협의는 거의 끝났으며, 단지 약간의 미세 조정만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최대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전날 장쑤성 양저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영상 파일 유포 및 불법 업로드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관계자 25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불법 영화 유포 웹사이트 361개와 앱 57개를 폐쇄 조치하고 관련 서버 7개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미ㆍ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대대적인 영화 불법 유포 단속에 나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중국은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에 했던 "강력하게 항의한다"는 대응 대신 한결 톤다운된 "우려스럽다" 반응을 내보내며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무역협상 하루 전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한 입장 발표에서 "미국은 미중 관계가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게 대만 이슈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대만해협 통과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 막바지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어조가 다소 부드러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26일 일대일로 포럼 개막연설에서 직접적으로 미·중 무역협상 단어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연설 내용의 상당부분을 개방을 통해 (무역전쟁 관련)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면서 "시 주석의 메시지는 주로 포럼장에 참석하지 않은 미국을 겨냥한 내용들이 많았다"고 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조만간 양국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의 봉합 최종 작업이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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