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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황금돼지해의 돼지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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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1519년 스페인의 탐험가 원정대장 에르난 코르테스가 멕시코(아스텍) 땅에 발을 디뎠다. 600명의 에스파냐인, 인디오 300명, 말과 대포들이 함께였다. 스페인의 입장에서 정복자, 멕시코의 눈에서는 침략자였다. 코르테스는 아스텍을 멸망시켰고 스페인은 1800년대까지 300년동안 멕시코를 점령했다.


500년이 지났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라는 긴 이름의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스페인과 교황청에 사과를 요구했다. 학살과 압제가 있었고, 칼과 십자가의 이름으로 자행됐다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500년 전 스페인인들의 멕시코 도착은 지금 이 시대의 이해에 따라 판단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위대한 문명을 꽃 피웠던 아스텍 문명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은 칼과 말, 총 외에 세균이 주된 요인이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 균, 쇠'에서 "1520년 천연두에 감염된 한 노예가 쿠바를 통해 멕시코에 도착했으며, 2000만명에 육박했던 인구는 1618년 160만명으로 줄어있었다"고 전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지 100~200년 사이에 원주민 인구 95%가 줄어들었고, 대부분 구대륙의 병원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유럽 원정대는 외계인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에서는 세계 각지 상공에 외계 비행물체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방문 목적을 알기 위해 접촉하는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것이 알 수 없는 세균에 노출되는 것이다. 우주 비행할 때 입을 것 같은 특수복장을 착용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균은 가장 두려운 존재 중 하나다. 연초 황금돼지해라며 희망을 얘기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몽골, 베트남 등지로 번졌고 한반도에 옮겨올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감염 경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야생 멧돼지 외에도 감염된 돼지고기를 생으로 또 다른 돼지가 먹는 경우라는 것이다. 부산물이 음식물 쓰레기로, 그 쓰레기가 돼지 사료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감염된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세균의 공격은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지만, 인간의 단백질을 위한 축산 산업의 무분별함이 위험을 증폭시킨다는 점은 곱씹어볼만 하다. 효율만을 내세워 더 많은 만족을 위해 치닫다보면 경고처럼 재앙이 다가올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만 해당되는 병이며, 인간에게는 먹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치명적인 균들이 인간까지 위협할 지는 알 수 없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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