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5G시대와 낡은 외발자전거론
개발 독재와 한강의 기적이 남긴 오랜 신념 체계가 하나 있다. 주로 옛 경제기획원이나 상공부, 동자부 등이 애용해왔던 외발자전거론이다. 우리 경제는 외발자전거와 같아서 페달을 계속 저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만 픽 쓰러지고 만다는 게다. 이 철벽 맹신이 수십 년째 우리 사회를 관통해왔고 기업들도 너나없이 대대로 물려받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일 밤 세계 최초 상용화 개시에 애쓴 한국의 5G(세대) 과업 또한 50년째 굴려온 외발자전거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아 보였다. 기본 사상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 무조건 일단 대차게 한 가지 아이템을 치고 나가면 그 여세를 몰아 시장도 수요도 자연스럽게 따라 열린다는 생각이다.
성공담도 즐비하다. 중후장대 중화학 공업 입국 시기가 그랬고 정보통신 디지털 굴기를 해낸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 신화 때도 정확히 그러했다. 정부가 'GO' 외치면 대학이나 공공재, 인프라 등 사회 모든 자원이 총집결해 저마다 외발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나갔다.
1996년 당시 CDMA 기술 세계 최초 상용화 때 한국은 정말 들떠있다 못해 연일 축포 분위기였다. 음성만 전달한 아날로그 이동통신 시대를 마침내 갈무리하고 음성과 문자, 저속 인터넷까지 삼단 콤보로 안겨주는 2G 이동통신 시대를 한국이 CDMA로 선도했다. 이런 신기원이 실현되었으니 잔치판이 따로 없었다. 더구나 이동통신 1G, 2G 개념 자체를 에릭슨과 훗날 노키아의 나라 스웨덴과 핀란드가 제시한 것을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이라는 강소국이 상용화와 산업화를 해낸 업적이니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그후 2002년 3G, 4G 상용화 세계 최초 타이틀도 기꺼이 한국 몫이 되어주었다. 2G부터는 명실상부한 선제권을 거머쥔 한국의 통신회사들과 단말기 회사들은 고속인터넷, 영상통화, 초고속인터넷, 고화질 동영상 아우토반을 쾌속 질주하며 오직 앞으로만 달려 왔다. 3G가 2002년, 4G LTE가 2011년이 각각 상용화 원년이 되었으니 이번 5G를 개막한 2019년이라는 시점 또한 8~9년 주기에 맞춘 적절한 타이밍이자 전략적 포석으로 여겨질 만도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 대신 이젠 "8~9년이면 통신도, 컴퓨팅도 완전히 변하더라…"로 바꿔 사용해도 될 만치.
그러나 후방에 큰 이상 징후 발견. 이번 4월3일 야밤에 전격 단행한 한국의 5G 최초 상용화 소식에는 왠지 박수 소리가 뜸하다. 2시간 후 미국 통신사 버라이존이 대대적 서비스 개시를 알리면서 한국이 발표한 것은 보여주기 식 PR 스턴트 홍보 꼼수라고 비꼰 것도 모양이 빠지는 경우였다. 일본 언론들도 시샘이 났는지 세계 최초 상용화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편들었다는 뉴스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고.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 아픈 손가락은 사실 따로 있었다. 그런 1등 자리 경쟁 상황보다도 훨씬 더 주시해야 할 대상인 녹슨 외발자전거 말이다. 우리가 지켜봤듯이 이번에도 역시 정부와 대기업들은 외발자전거론을 한껏 띄우는 데만 열중했다. 5G 세상이 되면 가상현실, 홀로그램,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라는 선물 다발이 우수수 쏟아질 거라면서 5G 커넥티드 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SK는 문학야구장에서 스마트 캐릭터 비룡들을 날려 보내고 KT와 LG 유플러스도 갤럭시 S10 5G 일반 개통 행사를 거금을 들여 본때 있게 진행했다. 이통사들은 기습 작전으로 5G를 개통한 터라 좀 더 힘차게 이벤트 외발자전거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 되어버렸다. 5만원짜리 요금제로는 가 닿을 수 없는 5G 서비스가 저만치 높이 있다 보니 8만원, 10만원으로 자꾸 높여야만 딸 수 있는 별이 되었다. 시지프스 언덕을 외발자전거로 오르려다 장딴지 근육마다 다 터지게 생겼다.
직시해보자. 4G까지는 어찌어찌 외발자전거론이 통했을지 모르겠다. 이제 5G 고지까지 숨차게 오르려 하니 얄짤없는 한계효용체감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 그만 해묵은 외발자전거를 내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더 이상 기술이 결정하고 정책과 마케팅이 바람 잡는 7080 외발자전거론을 신봉하고 싶지 않다. 5G 이번 기회부터는 상업주의 경제논리에 앞선 욕심일랑 외발자전거에 묶어 몽땅 좀 날려 보내자.
그냥 손수레 리어카라고 해서 고사리 손으로 만든 새 콘텐츠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최첨단 스마트 기술들도 보조를 맞추어 함께 끌고 가는 풍경은 어떨까. 외발자전거 말고 온 동네 사람이 모여 밀어주고 끌어주는 훈훈한 스마트 손수레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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