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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은의 취재후]5G요금, 왜 다 5만5000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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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LG U+ 세쌍둥이 같은 5G요금제 출시…담합 입증 어려워, 공정위 조사는 번번히 무산

[구채은의 취재후]5G요금, 왜 다 5만5000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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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짬짜미(담합) 아닌가요. 암묵적 카르텔인가요. 공정위는 조사 안하나요"


이통3사가 5G(5세대) 세쌍둥이 같이 똑 닮은 이동통신 요금제를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4G요금제에서도 있었던 '담합 논란'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먼저 5G요금제를 공개한 LG유플러스가 5·7·9만원대 요금제를 신고했는데 SK텔레콤(5·7·9·12만원), KT도 이와 요금제 구성이 비슷합니다. 심지어 데이터 제공량도 같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5만5000원 요금제 기준 8GB, LG유플러스는 9GB로 알려졌습니다. 짬짜미를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5G 최저요금제의 기준선입니다. 3사 모두 5만5000원에서 시작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요. 이통3사가 미리 모처에서 만나 "우리 5만5000원에 합시다"고 모의라도 한 듯이 말입니다.


시간을 지난 2월27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SK텔레콤이 5G요금제 인가 신청을 냈습니다. 일주일여가 지난 이달 5일 과기정통부는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개최한 뒤 반려를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달 11일 SK텔레콤이 5G요금제 최저구간을 7만원대로 설정해 중·저가 요금제가 포함되지 않아 요금제가 퇴짜를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후 정부와 약관심의위원회에서 최저 3만원대 5G요금제 출시를 요구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시민단체도 2~4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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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장의 초미의 관심은 과연 5G에서도 3만원대 요금제가 구현이 가능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중·소량 이용자의 요금 구간은 3~5만원대로 인식이 되는데다 보편요금제가 월 2만원대 약 1.3GB를 제공하는 저가이다보니, 3만원대 5G요금제도 정부의 입김에 따라 가능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던 보편요금제 추진 당시 이통3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저가 LTE 요금제를 출시한 것 처럼, 5G도 3만원대가 울며 겨자먹기로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죠. 이 당시엔 3만원대 요금제가 가당치 않다는 비판적 보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달 19일 SK텔레콤이 5만원대를 최저구간으로 설정한 것이 알려지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주총 직후 5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한 것을 공식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업계도 정부도 기자들도 모두 그 이후엔 KT나 LG유플러스도 최저구간을 5만원대로 할 것으로 확정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이런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SK텔레콤의 5G요금제 최저구간이 5만원대로 정해진 것을 알게 된 후, KT나 LG유플러스가 '최저 구간을 3만원대로 안가도 되겠구나. 우리도 5만원만 하면 되겠네'라고 한 거 아닐까 하고요. SK텔레콤 역시 3~4만원이 아닌 5만원대로 최저 구간을 설정해도 큰 부담이 없습니다. 나머지 이통사들이 따라올 게 뻔하니까요. 어쩌면 3만원대 5G요금제가 못나온 배경에는 이런 전사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달 여가 꼬박 걸리는 요금인가제를 통해 통신3사의 담합인듯 담합이 아닌 세쌍둥이 요금제가 나오게 되는 개연성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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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담합 조사를 해서, 담합 여부를 밝혀야 하지 않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복돼온 얘깁니다. 실제 공정거래법 제19조의 9중 항목 5에는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 담합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미리 만나 머리를 맞대고 담합을 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요금을 암묵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의 담합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공정위가 이통3사의 5G요금제 담합을 조사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이미 2011년, 2017년에도 요금제 담합에 대한 신고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입니다. 담합 혐의는 내부고발자가 있지 않는 이상 입증이 무척 까다롭습니다.


아무튼 4G때도 똑같이 있었던, '요금인가제→세쌍둥이 요금제 출산→담합 논란' 의 데자뷰를 또 보게되는 건 씁쓸한 일입니다. 요금인가제라는 '형식'이 세쌍둥이 요금제 출시란 '내용'을 지배하는 이 드라마를 4G, 5G에 이어 6G때도 또 봐야하는건가요?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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