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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보면 달려가 90도 인사" 개강 맞은 대학가 '똥군기'에 몸살

최종수정 2019.03.28 13:35 기사입력 2019.03.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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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개강 4주차를 맞은 대학가가 선배들의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군기 잡기, 이른바 '똥군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선배들의 갑질로 휴학이나 심한 경우 자퇴까지 고려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경기 A대학교 '똥군기' 문화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학과에서 시작된 고발은 학교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 논란이 된 글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이상한 인사 예절이다. ㄱ학과 신입생은 "선배들을 마주치면 곧장 달려가 90도 폴더인사와 함께 '안녕하세요 19학번 OOO입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가면 학과 단체채팅방에 '방금 인사 안 한 XX 누구냐'고 묻는다"며 "마음 편히 학교를 갈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를 하지 못해 욕 먹을까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있는 신입생들도 상당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경기도 한 대학 모 학과 단체채팅방에서 대화한 내용[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경기도 한 대학 모 학과 단체채팅방에서 대화한 내용[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글이 올라온 이후 같은 학교 타과 학생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일부 학과 신입생들은 신입생환영회를 비롯한 엠티 등 행사에서 '장기자랑'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장기자랑 연습을 위해 특정 시간대에는 강의 수강신청과 동아리 활동까지 제한됐다. 밤 10~11시같이 늦은 시간에도 행사 뒤풀이에 필수로 참석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거나, 먹던 얼음을 강제로 먹이는 등의 가혹행위까지 이뤄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선배들의 이런 갑질행위로 휴학이나 전과, 심한 경우 편입과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들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장기자랑을 강요받았다는 한 신입생은 "장기자랑 하려고 몇백만원 내서 대학 온 건 아니지 않냐"며 "어렵게 입학한 학교지만 진지하게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대학 내 '똥군기' 문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개강을 앞두고 세종시에 위치한 한 대학 재학생이 CC(캠퍼스 커플)인 것이 적발될 경우 장학금을 반환한다는 각서를 강요받았다는 등의 학내 부조리를 고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런 '똥군기'를 겪은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7.6%가 선배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선배 갑질'을 경험한 이들 중 19.7%는 학과 생활과 학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문제가 점점 심해지자 교육부는 음주 강요, 가혹 행위 등이 없도록 사전 교육을 강화하라는 오리엔테이션(OT) 운영지침을 각 대학에 내려보냈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도 똥군기 문화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지금까지 학번이나 나이순으로 할당돼온 장기자랑 관행을 없애고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를 선언했다. 숭실대학교는 술 강요를 없애자는 취지로 주량을 색으로 표시하는 '술 강권 금지 팔찌'를 만들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학내 부조리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전담기구는 미비한 상황이다. 선배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응답자 가운데 이의를 제기하거나 관련 기관에 신고한 사람은 3.9%에 불과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전국 237개 대학을 대상으로 인권센터 설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97개 대학 중 19개교만이 인권센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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