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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할까?

최종수정 2019.03.28 11:03 기사입력 2019.03.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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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할까?

윤영삼(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연구과 연구관)


해마다 명절이 되면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 지난 2월 설날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열차표를 구해 부산행 열차를 탔다. 열차 안은 난방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들어오는 햇볕으로 겨울을 느낄 수 없다. 태양의 빛과 열은 어떻게 두꺼운 유리를 통과하여 열차 안을 따뜻하고 밝게 만들까?


태양 에너지가 두꺼운 유리창을 통과하여 열차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에너지의 이동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어떻게 움직일까?


에너지가 이동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입자의 이동에 의한 방식으로 공, 돌, 자동차 등과 같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직접 이동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파동에 의한 방식으로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물, 공기 등의 매질이 진동하면서 그 진동이 파도, 소리 등과 같이 다른 위치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런 에너지의 이동방식은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빛은 매질이 없는 진공에서도 전달된다는 것이다. 매질이 없으면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빛에너지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파동, 즉 전자기파를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현상인 흑체복사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다. 뉴턴 역학으로 설명되는 거시세계와 달리 흑체복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원자 크기의 미시세계에서의 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거시세계에서 키워온 많은 직관들은 원자크기의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에서만 드러나는 양자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1944년 보른에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당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을 믿고, 나는 객관성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내가 추론적인 방법으로 파악한 완벽한 법과 질서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초기에 양자이론이 이룩한 엄청난 성공마저도 아인슈타인에게 양자현상을 믿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양자역학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가장 영향력이 컸던 코펜하겐 해석은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의한 양자역학에 대한 정통한 해석으로 알려져 있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측정되기 전의 전자는 파동의 특성을 나타낸다. 하지만 관측자가 전자를 측정하면 전자는 입자처럼 관측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미시세계에서는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며 하나의 전자가 2개, 아니 수십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상태를 양자 중첩이라 부른다. 여기서 양자 중첩이란 양자역학이 갖는 핵심 원리중의 하나로서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것을 말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 속에 들어있는 전자는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마술처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양자화된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전적이고 비양자적인 물리학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서울에서 사라진 물체가 동시에 뉴욕, 런던, 동경 등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괴상한 일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뉴턴역학의 지배를 받는 거시세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 할 수 있지만, 원자나 전자가 살고 있는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미시세계에서는 중첩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측정을 하면 미시세계의 중첩상태는 깨어지고 거시세계의 한 상태로 귀결된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그 내용을 이해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양자역학의 핵심은 측정이라는 행위가 대상의 성질을 바꾼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측정이 있기 전에는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내가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이 없는 거냐고 애기할 정도였다.


사실 이러한 양자현상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고 현재도 여전히 완벽하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물며 양자역학에 문외한인 우리는 아마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양자역학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고 머리가 아프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들에게도 쉽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는 물리학자들에게 맡겨두고 주변을 바라다보는 우리들의 시각을 익숙한 뉴턴 역학적 방식이 아닌 새로운 양자역학적 방식으로 바꾸어보자. 양자역학적 방식으로 우리 주변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주변 사람들의 행동, 언어 등이 좀 더 깊이 이해되어 상호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울러 양자역학적 사고를 통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 수질오염, 대기오염, 폐기물 문제 등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새로운 해답이 도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 아닌 꿈을 꿔본다.


명절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양자역학으로 인한 나의 머릿속 혼돈과는 무관하게 햇볕은 양자현상에 따라 열차 안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호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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